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집값을 굳건히 방어하는 주택이 있다. 바로 재건축 단지다.
서울 내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추진되는 재건축 예정 단지는 최근 가격이 오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쯤 대통령 시행령 개정 사항인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사실상 확실시되는 데다, 재건축 최대 장애물로 꼽히는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재초환 피했거나 신통기획 추진 단지 ‘신고가 경신’
지난 3일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140㎡(이하 전용면적)가 71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신고가는 지난 6월 66억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5억5000만원 급등했다.
반포주공 1단지는 한강변 대규모 재건축 사업지다. 현재 재건축을 위한 철거가 진행 중이다. 1·2·4주구는 ‘디에이치 클래스트(5335가구)’, 3주구는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2091가구)’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올 들어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자 업계에선 한강변 대표 단지 ‘아크로리버파크’를 뛰어넘을 ‘왕의 귀환’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반포주공 1·2·4주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알짜 단지로 유명하다. 정부는 2017년 12월31일 이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사업지에 대해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1·2·4주구가 이에 해당한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신통기획이 확정된 삼부아파트 146㎡가 8월 말 32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7월 30억3000만원에 거래된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1억7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최고 15층, 866가구 규모로 1975년 준공된 삼부아파트는 현재 최고 60층 이상 높이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로부터 신통기획 대상지 선정 통보를 받았다.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재건축 예정 단지 개포우성1차 158㎡가 지난 3월 51억원(12층)에 거래됐다. 2019년 36억원에 거래된 이후 2년 간 거래가 끊겼다가 올해 15억원 급등한 것이다. 아직 초기단계의 재건축 단지지만 안전진단 문턱을 넘고, 조합 설립도 마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단지를 비롯해 양재천변 인근의 강남 노후 아파트들이 정비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재천 북측 일명 ‘우·선·미’(개포우성·대치선경·대치미도)로 불리는 대치동 대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이중 대치미도는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합류한 1호 단지가 됐다. 양재천 남측 개포경남은 인근 우성3차, 현대1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강남구 개포동 이관우 개포1번지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인 것은 맞지만 하락기라고 확정할 만큼 가격이 조정받지 않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본격 하락이라고 여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일반 아파트는 신축이어도 가격이 하락하는 데 반해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는 오히려 시세가 오르고, 신고가가 나오고, 간혹 가격이 빠지더라도 아주 조금 빠진다, 무엇보다 매물이 없다”고 했다.
■ 재건축 단지도 가격 양극화…“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지만 모든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강세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사업 초기 단계거나, 완료 단계라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높은 단지는 가격이 하락세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경우 2017년 이후인 작년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3주구 조합원은 1인당 약 4억원 이상의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거래 가격은 1·2·4주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3주구 72㎡는 지난해 37억원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26억원대까지 폭락했다.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아파트도 주의해야 한다. 대치 은마아파트 84㎡는 지난달 25억7000만원(5층)에 거래돼 지난 5월보다 2억원 하락했다. 올해 42년 차를 맞은 대치동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지만,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통과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시며 불투명성이 커졌다. 은마는 2018년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마지막으로 상정된 이후 사업이 멈췄다. 여기에다 최근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C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문제가 불거지며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 74㎡도 이달 직전 신고가 16억8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하락한 14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는 대부분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비사업이 표류했다. 수십만 가구가 밀집해 한꺼번에 개발이 불가능한 목동 신시가지, 노원구 상계주공, 1기 신도시 등은 순차적인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 재건축 단지에 투자한다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놓인 단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낫고, 되도록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지 혹은 신통기획 등 재건축 추진이 확실한 사업지가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업지 매물은 입주권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일반분양가보다는 저렴한 선에 일찍 매물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앞으로 집값 향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고 서울 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투자 금액대가 높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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