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만원으로 집 샀다"…'갭투자용' 1억 미만 아파트 불티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9.21 08:26 수정 2022.09.21 08:34
/조선DB


[땅집고]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1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여전히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공시가격 1억 미만 주택은 아무리 많이 매수해도 취득세 중과가 없는 데다가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가격이 내려가면서 소액 투자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지방 소도시 저가 단지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가장 많이 갭투자가 이뤄진 단지는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의 ‘초원그린타운’(53건)이다. 다음으로는 경기 안성시 공도읍 주은풍림(41건), 주은청설(37건) 등이다. 이들은 공시지가 1억원 밑이거나 1억원대 아파트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다 갭투자 건수를 기록한 초원그린타운은 1988년12월 준공한 4168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전용 39㎡ 단일 면적에 삼성 계열사 공장이 많은 천안과 아산 지역으로의 이동이 용이한 단지다. 전세가율이 80%로 높아 갭투자가 많이 이뤄진다. 올 1월과 2월의 갭투자 건수는 각각 14건과 17건으로, 전체 거래 중 비중이 51%까지 치솟았다. 작년 7월에는 26건으로 가장 많은 갭투자 건수를 기록했다.

/아실


실제 거래 사례 중에서는 전세가율 80%를 넘는 경우도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2동 12층 전용 38㎡ 매물은 지난 8월 86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한 달 후인 9월 같은 동 14층 전용 38㎡ 매물은 8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고작 100만원에 불과하다. 100만원으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천안 일대의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초원그린타운은 대단지에 매매가격이 1억원 미만인 단지로, 취득세 중과가 없어 찾는 사람이 많다”며 “작년부터 올 초까지도 20건이 넘을 정도로 갭투자 거래가 많았다가 7월 이후로 급격히 줄었다. 그런데 다른 지역들이 더 줄어들어서 상대적으로 이 단지의 거래가 많아 보이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거래 절벽으로 갭투자가 주춤한 듯 보이지만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금씩 갭투자 건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조만간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이뤄지면 억눌린 투기 수요가 다시 지방 집값을 들쑤실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2분기 강서구의 연립, 다세대주택의 신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값 비율)이 96.7%에 달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일대 주택들의 모습./장련성 기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에 좀 줄긴 했지만, 투기 수요는 언제든 증가할 여지가 있다”며 “여건을 충족한 지역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오는 10월에는 조정대상지역이 대대적으로 해제될 수 있다. 종부세를 대폭 완화하면서 여유가 생긴 다주택자 투기 세력이 지방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정교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득세가 붙지 않은 주택 가격의 기준을 현재의 1억원에서 5000만원 미만으로 낮추고, 지방 중소도시의 기준을 현행의 20만명에서 10만명으로 낮추는 등 세밀한 정책적 조정에 나서야 투기 수요를 방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법인들도 종부세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다주택 매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한 방어가 필요하다”며 “투기 수요가 지방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경우 지역 주민 삶을 어렵게 만들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정부는 디테일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치솟으면서 전세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4.7%, 수도권 69.4%, 비수도권 78.4%까지 치솟았다. 경북이 87.0%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8월 한 달 동안에만 전국서 총 511건의 보증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액은 1089억원에 달한다. 이는 각각 역대 최고치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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