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주인 허락 없이 방에 페인트 칠한 거, 잘못인거죠?”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원룸 세입자가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월셋방에 페인트칠했다는 내용의 글이 재조명 받고 있다.

자신을 원룸 세입자라고 밝힌 A씨는 “원룸에 살고 있는데, 자꾸 우울해지고 기분이 다운되는게 환경 탓 같아서 문 안쪽 색깔을 노란 계열로 칠하고 싶었다”며 “근데 아무리 정당한 금액을 지불한 제 방이라도 집주인의 허락은 구하는게 도의적일 것 같아 물어보니, 주인아저씨 반응이 별로였다. ‘자기가 요즘 바쁘니 제가 조금 기다리면 한가할 때 해주겠다, 아직 건드리지 말라’는 이런 반응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저는 칠하는 과정도 원하는 것이어서, 며칠 고민 끝에 일단 칠해버렸다. 제 방의 환경은 제 권한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주인의 만류를 무시하고 월셋방을 페인트로 칠한 사실을 고백했다. A씨는 “가진 자들, 갑들의 눈치를 보고 지시를 따르고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환경도 제 기분도 너무 소중한 내 것인데…”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A씨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엄연히 남의 집을 빌려 쓰는 세입자가 집주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페인트로 칠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 실제로 댓글에선 “가진 자니 뭐니 그런 말이 왜 나오냐? 애시당초 본인의 집이 아니고 빌려서 사용하는 것 뿐이지 않나”, “칠하는 작업 자체를 원했으면 시트지로 붙여보고, 그래도 안풀리면 시트지 위에 칠하는 작업을 해보지 그랬느냐”는 타박이 쏟아졌다.

A씨처럼 전월세 세입자가 집주인의 허락 없이 페인트 칠을 하는 등 집 내부를 마음대로 인테리어 했을 경우, 집주인은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가장 먼저 세입자를 상대로 주택을 원상으로 복구하는 비용을 청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최광석 로티스(lawtis) 부동산전문변호사는 “통상 전월세 임대차계약서에는 주택 내부 상태를 계약 당시와 동일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항목이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A씨의 행위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임대차계약이 종료하고 집주인이 주택 상태를 확인한 뒤, 집을 페인트칠 하기 전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비용을 요구해볼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만약 A씨가 원상복구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집주인이 직접 비용을 들여 주택을 수리한 뒤 해당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볼 수 있다.

한편 A씨가 월셋집에 페인트칠을 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A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 6조의 3에 따르면 임차인이 주택 일부를 고의로 파손한 경우 집주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이 정도 주택 훼손으로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과거 판례들을 참고하면, 세입자가 주택을 파손했다고 인정한 중대한 사유로는 본격적인 구조 변경 등이 대부분”이라며 “비교적 손쉽게 원상복구할 수 있는 페인트칠 정도의 훼손이라면 법원이 용납하는 계약갱신청구권 거절 사유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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