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20년 전국 최고의 아파트 매매가·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세종시의 분위기가 올해들어 180도 달라졌다. 전국을 통틀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최대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해 초부터 9월 둘째 주(12일 조사 기준)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7.11%, 전셋값은 10.24% 각각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와 규제지역을 통틀어 가장 큰 하락폭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광역 교통망 확충, 국회의사당 이전 등 개발 호재에 힘입어 2020년부터 작년까지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2020년 부동산원 통계로 아파트 매매가가 44.93%, 전셋값이 60.60%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년 전인 지난해 8월만해도 세종시 새롬동 ‘새뜸10단지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는 12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보람동 ‘세종신동아파밀리에4차’, 새롬동 ‘새뜸11단지더샵힐스테이트’,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등 역시 같은 주택형이 11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면서 일부 국평은 5억원대까지 떨어졌다. 다정동 ‘가온마을 1단지힐스테이트세종2차’ 전용 84㎡는 작년 6월 8억8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올 8월 5억6000만원까지 추락했다.

다른 단지도 집값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2020년11월 11억2000만원을 찍었던 다정동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 전용 84㎡는 올 8월 6억5000만원으로 5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8단지 고운뜰파크아파트 전용 74㎡는 2020년 12월 말 당시 매매 가격이 6억400만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올해 5월과 7월에는 각각 3억6000만원(6층)과 3억9500만원(12층)에 팔려 2년도 안 돼 2억원 이상 오른 집값 상승분을 반납하게됐다. 현재 매매가는 3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020년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크고,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한다.

또한 지난해 9월 말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 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황이 1년째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국회 분원 설치를 비롯해 지역에 호재가 많고, 입주 물량도 적은데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다. 세종시 대장 동네인 새롬동조차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세종시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더욱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월 1%대의 높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현지에서는 전세금이 장기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세종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7668가구에서 올해 3793가구로 절반 가량 줄고, ▲2023년 3092가구 ▲2024년 3360가구 등 3000여가구에 그칠 예정어서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땅집고 자문단은 "세종 지역 아파트는 실수요 거주자보다는 외지인 투자자가 많아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이다. 인구가 계속 확충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도 40%대로 낮은 수준 편”이라며 “세종시는 인구가 매년 1만명 넘게 증가하고 있고, 공급 물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다. 현재의 금리 급등세가 완화되고 규제가 풀리면 가격이 반전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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