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왠지 슬프네요"…국내 최대 기숙사, 결국 추억 속으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9.12 09:51

[땅집고] 경북 구미산업단지 LG디스플레이 미혼 근로자들이 거주하던 '나래원' 기숙사 건물이 거의 철거됐다. /구미인동 하늘채부동산 블로그


[땅집고] “그렇게 LG가 다 떠나고 저 큰 기숙사가 순식간에 없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ㅠㅠ”, “19살에 처음 사회에 나와 나래원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20년 됐네요. 그때는 참 커보였는데 기분이 묘하네요….”

최근 경북 칠곡군 석적읍에 있는 ‘나래원’ 기숙사 건물의 철거 현장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안타깝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나래원은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던 LG디스플레이 소속 미혼 근로자들이 생활하던 대형 기숙사다. 총 2500여명을 수용하는 대형 기숙사였던 만큼, 이 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건물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쉽고 섭섭하다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땅집고] 과거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모습. 지역 경제를 살리던 핵심 산업으로 꼽혔으나 현재는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


과거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업이 한창일 때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1만6000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 공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값싼 인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LCD 사업에 진출해 바짝 추격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날이 갈수록 부진해졌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기존 LCD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사업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로 전환하고, 2017~2018년에 걸쳐 중소형 LCD를 생산하던 P2·P3·P4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 중 P2·P3 공장 15만㎡은 아예 매각했다. 이에 중소형 LCD를 생산하던 구미산업단지 내 인력이 대거 감축됐다. 1만6000명이었던 임직원은 8000여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땅집고] 나래원 기숙사는 총 2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어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기숙사 중 최대 규모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자연스럽게 LCD 공장의 미혼 근로자들이 머물던 나래원 건물도 문을 닫게 됐다. 나래원은 기숙사 건물 4개동과 운동장 등을 포함해 면적이 11만7943㎡에 달한다. 국내 기업 기숙사 중 단일로는 최대 규모로, 한때 2500여명 이상이 거주하며 지역 경제를 뒷받침했다. 이 곳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구미시를 비롯한 경상권 일대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8월 호남 지역에 뿌리를 둔 주택 건설업체인 광신주택에 나래원을 400억여원에 매각했다. 광신주택은 이곳에 새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아파트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현재 철거가 거의 끝난 상태다. 지하 2층~지상 29층, 11개동, 1335가구 규모 ‘광신프로그레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며 2024년 말 준공이 목표다.

[땅집고] 새아파트를 짓기 위해 철거 작업을 거의 마친 나래원 기숙사. /구미인동 하늘채부동산 블로그


나래원 건물이 사라지고 빈 땅이 드러난 현장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추억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2024년 말까지는 이 일대가 허허벌판이라, 인근 상업시설이 불황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래원 기숙사 인근에서 14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참 애석하다. 구미 경기가 지금도 엄청 많이 죽은 것을 여실하게 느끼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 동네를 떠야 하나 고민 중이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들은 “나름 웅장했던 곳이 이렇게 다 사라지다니 추억도 함께 없어지는 것 같아 왠지 슬프다”, “새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래도 상주 인구가 생길테니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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