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대학교 인근 관악구 봉천동으로 이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에 살던 조 전 장관은 재건축에 따른 주민 이주 개시일(6월13일)보다 석달여 앞서 봉천동으로 이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울대 교수직 복귀를 염두에 두고 이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이 새로 터를 잡은 곳은 관악구 봉천동 두산 아파트 2차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이 아파트 43평형을 지난 3월 보증금 8억원에 전세로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43평은 이 아파트에서 선호도가 높고 48평형 다음으로 넓다.
조 전 장관이 전세계약을 체결한 3월만 해도 전세금이 오르던 시기라 다소 높은 금액에 집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3월 이후 전세금이 하락하면서 최근 같은 평형 전세 매물은 7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43평형 전세는 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봉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3월에 입주했는데 아직까지 동네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이사왔다”고 했다.
봉천동 두산2차아파트는 지하철 2호선 봉천역에서 도보 5분 걸리는 역세권 단지다. 1~3단지까지 총 28개동 2561가구에 달한다. 1·2단지는 일반분양 아파트이고, 3단지는 임대 아파트다. 주택형은 24평, 33평, 43평, 48평이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인근으로 이사하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관악구 국회의원 출마설’도 흘러나온다. 이 아파트가 위치한 ‘관악 갑’은 야당 3선 유기홍 의원 지역구다. 한 야당 관계자는 “관악구로 이사하면서 말이 많이 나왔는데, 국회의원 출마를 노리고 관악구로 옮긴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 복귀를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조 전 장관은 올 5월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인사최고책임자에게 ‘사직’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대 측은 “조국 교수는 서울대에 사직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혀 진실 공방이 일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올 5월까지 수업과 연구를 하지 않고 총 1억2000만원의 급여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본부와 의논했더니 ‘직위해제’ 상태여서 사직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기소됐다는 이유로 사직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1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됐다. 하지만 서울대가 징계를 미루자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대 측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징계처분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교원보수규정 제19조에 따르면 직위해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한 경우 봉급의 30%를 지급받는다. 즉,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조 전 장관은 봉급 30%를 받을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서울대가 징계 절차를 지연하는 행위는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조 전 장관이 서울대 인근으로 이사했다는 것은 서울대 복직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했다.
땅집고는 조 전 장관에게 이사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체 언론과 통화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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