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제 와서 강력조치?" '벌떼 입찰' 돈방석 앉은 건설사들 초비상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2.09.07 13:20 수정 2022.09.07 13:44

[땅집고] 중견 건설사들이 이른바 ‘벌떼 입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건설사가 페이퍼컴퍼니(위장회사) 등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택지에서 나온 개발이익 환수를 검토하는 등 강력조치를 하겠다고 밝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견 건설사들이 싹쓸이했던 공공택지 확보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신도시 택지지구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벌떼 입찰’ 관행을 경기도 민주당이 묵인한 사실도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부당 이득’ VS. ‘정치적 의도 짙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7년~2021년)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 등 5개 건설사는 ‘벌떼 입찰’로 총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았다. 가장 많이 낙찰받은 건설사는 호반건설로 18필지(26.8%)였다. 5개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 수만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호반 36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에 달했다. 이는 최근 3년간 LH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개사보다 많은 숫자다. 이들은 최근 3년간 300가구 주택건설 실적만 있으면 어떤 건설사든 수도권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 가능하다는 빈틈을 노렸다. 페이퍼컴퍼니가 입찰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으면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대표 건설사로 택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했다. 택지 청약 시 한 회사의 동일한 컴퓨터에서 복수의 계열사가 입찰에 응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견 건설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호황기에 공공택지 벌떼 입찰로 덩치를 키웠다. 5개 건설사의 업계 순위도 급상승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로 성장했다. 중흥건설은 2012년 347위에서 지난해 17위로 급상승했다. 대방건설도 경기도 공공택지의 절반 정도를 입찰받아 매출 1조6000억원 중 1조원이 공공택지에서 나왔다.

대기업 건설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제하고 있어 벌떼 입찰 참여가 불가능하다. 중견 건설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택지를 개발해 회사가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해당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당한 기준에 맞춰 참여할 수 있는 법인이 입찰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LH에 제도 개선 방안을 촉구해야 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B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제도가 사실상 벌떼 입찰을 묵인한 것과 다름 없는데 이제와서 책임을 묻는다는 게 의아하다”며 “택지를 받은 건설사를 타깃으로 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해묵은 관행…경기도 민주당 행태도 뒤늦게 논란

지난 3월 경기도 의회에서 공공입찰을 위한 사전점검 항목을 삭제하는 조례개정까지 발의한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다. 당시 조광희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도의원 13명이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반복되는 실태조사와 불공정 거래업체 단속으로 건설업계의 피로도가 증대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민주당은 기존 단속사항이었던 ▲기술능력 ▲자본금 ▲시설·장비·사무실 ▲보증가능금액 4가지 중 자본금과 보증가능금액 항목을 삭제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페이퍼컴퍼니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1년 이내에 조사를 받은 업체는 실태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 명시했다. 계열사나 가족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지 말라는 의도로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건설업계와 유착관계를 의심하면서 신도시 택지지구에서 벌떼 입찰을 근절하지 못할 망정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땅집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택지 '벌떼 입찰'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벌떼 입찰’ 관행은 그간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됐으나 국토부는 묵인해 왔다. 국토부와 LH는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이런 비판이 나오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그간 관행이라 묵과했음을 인정하며 전방위적으로 제재와 환수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주택경기가 꺾인 상황이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계열사 무더기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입찰 규정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과·독점 낙찰을 막겠다는 공공택지의 입찰 취지가 무색하다”며 “중견 건설사가 시장을 독점한 꼴이 돼버렸고 부당 이득을 취해 회사 매출만 높여줬다”고 말했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이러한 관행에 대한 처벌과 조사가 전혀 없었는데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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