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2의 대장동"…백운밸리 석연찮은 수천억 배당금 잔치판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9.07 07:50 수정 2022.09.26 16:06

[땅집고] 당초 지식문화복합도시로 개발하기로 했던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에는 대부분 아파트만 들어서 있다. /김세린 기자


[땅집고] “백운밸리는 총 사업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경기 의왕시 역대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이에요. 그런데 이 사업에 참여한 민간기업 대부분은 듣도 보도 못한 회사들 뿐입니다. 의왕도시공사가 주도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소위 ‘듣보잡’ 회사들이 들어와서 수백 수천억원씩 돈을 벌어가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경기 의왕시 백운밸리 사업 시행사인 의왕백운PFV가 당초 호텔·상업시설 등 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을 짓기로 했던 땅을 주거용으로 용도변경한 뒤 팔아치워 주주사들끼리 1000억원대 배당금으로 나눠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의왕백운PFV에 적게는 1억원, 많게는 11억원 정도 투자한 민간업체들이 배당금으로 1개사당 최소 수십억원, 최대 5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것이다. 민간업체들은 백운밸리 부지들을 출자자 사용 방식으로 개발해 분양수익을 얻거나,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민간주주사 중 최대 지분을 가진 3곳(▲개성토건 22% ▲비더블유 14% ▲미주산업개발 5%)을 보면 자본금이 최소 2억원에서 최고 20억원대에 불과하다. 2014년 백운밸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당시 설립된 신생 기업도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능력평가순위가 360위권에 불과한 기업들이 어떻게 2조원짜리 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돈을 챙기게 됐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단독] 11억이 500억으로…백운밸리, 민간업체에 수천억 배당 파문

■‘듣보잡’ 기업들의 PFV 참여…그것이 알고 싶다

[땅집고] 자본금 50억원인 의왕백운PFV 주주 구성 현황. 의왕도시공사가 49%로 최대 주주이며, 나머지는 모두 민간업체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백운밸리는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4080가구와 의료시설·비즈니스센터 등을 조성하는 신도시다. 사업기간은 2010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며, 총 사업비는 2조198억원 정도다. 의왕도시공사와 민간업체가 자본금 50억원으로 시행사인 ‘의왕백운PFV’를 설립하고 사업을 맡았다. 지분은 의왕도시공사가 49%이며 ▲개성토건 22% ▲비더블유매니지먼트 14% ▲미주산업개발 5% ▲케이프증권 5% ▲롯데 2% ▲효성 2% 등이다.

그런데 민간주주사 자본금을 보면 개성토건이 25억5000만원, 2014년 설립한 비더블유매니지먼트가 7억원대, 미주산업개발이 3억원대에 불과하다. 부동산 업계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2조원에 달하는 백운밸리 사업에 굵직한 지분을 갖고 참여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들 기업은 당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의왕백운PFV에 선뜻 자본금을 투자하려는 기업이 없었는데, 리스크를 안고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 결과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2년 7월 의왕도시공사는 의왕시를 통해 백운밸리 도시개발 사업을 위한 PFV 법인 설립에 참여할 민간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유찰을 겪었다. 2차례의 유찰 끝에 단독으로 사업계획서를 낸 ‘백운의아침 컨소시엄’을 2013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하고, 2014년 3월 의왕백운PFV를 설립했다. 컨소시엄에는 NH농협증권, 유니에셋, 밸팩인베스트먼트, 개성토건이 참여했다.

이후에도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이 백운밸리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컨소시엄에서 빠지거나 소기업에게 지분을 양도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NH농협증권 대신 케이프증권이 맡게 됐고, 새 주주사인 미주산업개발이 참여했으며, 유니에셋의 지분은 개성토건에 넘어가는 식이었다. 개성토건은 2015년 갖고 있던 지분 36% 중 14%를 신설 기업인 비더블유매니지먼트에 넘기기도 했다.

■배당금 잔치판 벌인 ‘민관PF사업’ 구조적 문제

[땅집고] 의왕백운PFV는 백운밸리 내 지식문화지원시설을 용도변경한 뒤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아파트 8개 단지, 4000여가구가 입주하는 동안 의왕백운PFV는 호텔 등 업무시설을 짓기로 했던 지식문화지원시설 2부지를 대형 개발회사 MDM에 4100억원에 매각했다. 지식문화지원시설 1부지는 인창개발에 1730억에 넘겼다. 종합병원이 들어선다던 부지는 1300억원에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주민들 반대로 잠정 보류됐다.

부지 매각으로 얻은 대금은 주주사에 현금으로 배당됐다. 올해 4월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의왕백운PFV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민간주주사들에게 돌아간 배당금만 1000억원 이상이다.

민간주주사 중 최대주주인 개성토건은 자본금 11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해와 올해만 배당으로 현금 477억1700만원을 받았다. 비더블유매니지먼트(지분 14%)는 7억원을 투자해 배당금 303억3600만원을, 미주산업개발(지분 5%)은 2억5000만원을 투자해 배당금 108억4500만원을 각각 챙겼다.

당초 주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용도변경해 땅을 팔았다는 지적에 대해 의왕도시공사 측은 “중요한 기반시설에 대해 약속한 적이 없으며, 해당부지는 수차례 매각공고에도 미매각으로 남아 있어 관련 절차에 따라 인허가 변경을 추진하였다”며 “인허가 변경 과정상 추가 공공기여를 제시하고 인허가를 받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땅집고] 2021~2022년 의왕백운PFV 배당 내역. /이지은 기자


업계에선 그린벨트를 풀어 지식문화복합도시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던 백운밸리 사업이 민간기업의 개발이익을 위한 사업으로 둔갑됐다고 지적한다.

실적 검증이 안된 주주사들이 땅을 용도변경해 비싸게 팔아치우는 등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만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구조로 사업이 추진돼 이들이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결탁해서 이뤄지는 현행 ‘민관PF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존의 시설관리공단을 공사화한 뒤 개발권을 부여한 것이 도시공사인데, 도시공사의 개발사업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게다가 시장·군수 등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민간업체가 결탁하고 개발 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결국 민간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땅집고 자문단은 “의왕도시공사와 민간업체들이 기존 도시계획과 어긋나는 방식으로 백운밸리를 개발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왕백운PFV에 참여한 민간기업들과 의왕시·의왕도시공사 관계자 및 관련 기관의 민간개발 특혜 의혹 논란이 밝혀진다면 ‘대장동 사태’ 못지않은 게이트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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