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길 반포자이처럼? 투기꾼 농간" 반포1동 시끌시끌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2.09.06 11:10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1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찬반 여부를 두고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노후주택 정비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편에선 아이러니하게도 노후도가 낮아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편다.

반대 진영은 20~30년 이상 반포1동에 거주한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논현역~신논현역 사이 준공 5~10년급 신축 다세대 주택을 ‘지분 쪼개기’ 형태로 분양 받은 외지인들이 주민들을 현혹하고, 빌라 가격만 올려놓고 나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땅집고]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 반포1동. 뒤로 서초동 신축 아파트들이 보인다./박기홍 기자


5일 서초구청에 따르면, 서초구는 반포1동 5만6000㎡ 부지를 9개 구역으로 나눠 접수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동의서를 검인 처리했다. 검인 처리 단계는 조합설립인가 전 구역지정 단계로 해당 자치구가 승인을 내준다. 이에 따라 반포1동 9개 구역은 추후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도가 높고, 규모가 작은 주택을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비사업 형태 중 하나다. 20년 넘은 노후 주택이 57%만 넘으면 사업이 가능해 민간 재개발(67%)에 비해 노후도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다.

사업시행 단계가 아닌 준비 단계이지만, 주민들은 서초구의 조합설립인가 검인 처리에 벌써부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포1동 주택 노후도가 가로주택정비사업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주민 이모씨는 “반포1동은 집주인들이 다가구주택이나 상가 주택을 자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고, 자율정비를 통해 신축빌라도 많이 지어 노후도가 낮은 지역이다”며 “그런데 올해 초부터 외지인들이 동네 맞은 편 ‘반포자이’처럼 여기도 35층 이상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고 현혹하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서초구청에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검인을 신청한 다세대주택 소유주의 건물. 준공 5년차의 신축급 빌라로 노후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박기홍 기자


실제 9개 구역에서는 토지지분 4~5평짜리 소유주들이 사업 추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가 각 구역 조합설립동의 검인 신청인의 지번 주소를 확인한 결과, 9개 구역 신청인 중 6명이 보유한 건물의 경우 준공 10년 이내 건물이었다. 주민 김모씨는 “10평짜리 투룸, 소형 원룸을 분양 받은 외지인들이 35층, 50층 아파트 환상을 심어주면서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구·상가주택이 밀집한 반포1동에는 지난 5년간 3~5층 신축 다세대주택이 대거 들어섰다. 다세대주택 건물당 소유주는 15명에서 많게는 20명 가까이 된다. 구축 다가구 주인들은 정비사업을 반대하고 있지만, 신축급 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노후주택을 정비한다는 취지의 가로주택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는 조합설립인가는 토지 등 소유주 80% 이상 및 토지 면적기준 67%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이 다가구 주택 소유주의 반발이 크면 토지면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조합 자체가 설립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반포1동 내 10여곳에서 다세대 주택이 신축 중이라 이러한 갈등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반포1동 주민 50여명이 1일 서울시청 앞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반포1동 주민 제공


반포1동 주민 대표에 따르면,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토지등 소유자는 5일 기준으로 전체 토지 면적의 55%가 넘는다. 반대 비율이 높은 곳은 80%에 이른다. 주민 50여명은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사업구역 제외를 요청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주민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 취지와 전혀 무관하고, 주민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서울시는 방관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이 강남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포1동 다세대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1평당 6000만~7000만원 안팎이었던 매매 가격은 1억~1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아파트를 뛰어넘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이슈가 떠돌면서 매매값·전세금이 폭등하고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한 매수자들이 많았다”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두고 주민 반발이 크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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