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심각한 상황" "일시 조정기" 기자 vs 교수 너무나 다른 집값 전망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9.06 08:04

[땅집고]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22 부동산 트렌드쇼'에 차학봉 조선일보 부동산전문기자(왼쪽)와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오른쪽)가 현재 주택시장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부동산 트렌드쇼 사무국


[땅집고] 올 들어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론 확산으로 지난 4년여 동안 이어져 온 부동산 폭등기가 멈춰섰다. 서울 및 수도권 핵심 지역의 아파트 단지마다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이에 주택 보유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까 우려하고, 무주택자들은 어느 시기에 내 집 마련을 해야 할지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언론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부동산 전문가인 차학봉 조선일보 부동산전문기자와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지난달 19일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2022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두 사람은 ‘주택 시장 2가지 시나리오’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펼쳤다.

■차 “리먼쇼크 같은 침체기 진입” VS 심 “단순한 일시적 조정기일 뿐”

[땅집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건물 앞에서 미국인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조선DB


차 기자는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생각보다 심각한 침체기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버블 수준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올해 1분기 203.7로, 과거 2008년 부동산 침체기의 전 고점(164.8)을 훨씬 돌파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매수우위지수’가 낮아져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매도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는데, 2019년 이후 쭉 하락세를 타고 있어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차 기자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 상황이라 앞으로 4~5년 동안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부동산 하락기던 2008년에는 집값이 심하면 40~50%까지도 떨어졌다. 과거 침체기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땅집고] 심형석 IAU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이 회수되지 않은 데다가, 서울 아파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집값이 떨어질 수는 없다고 봤다. /심형석 교수


반면 심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상승기 중에 2~3년 정도 짧은 기간동안 가격이 10% 이내로 떨어지는 일시적인 조정기일 뿐,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거나 침체기는 아니라고 봤다.

심 교수는 그 이유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는 자금 유동성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올해 6월 기준 통화량이 3709조300억원 정도로, 집값이 상승했던 지난 4년여 대비 300조~1100조 더 풀려있다는 것이다. 또한 새 아파트가 귀한 서울에선 주택 수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심 교수는 “거래마비 상태에서는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지금이 집값이 5년 이상 연속으로 폭락하는 ‘대세 하락기’라면 매매거래량이 늘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거래가 뚝 끊긴 데다가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최고 실거래가 대비 높은 금액에 등록돼있는 매물도 수두룩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차 기자는 2008년 리먼쇼크 당시 ‘닷컴버블’이 발생하자 정부가 과잉 유동성 회수를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후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하락 침체기를 겪었다며, 지금이 그 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가 270만가구 공급 계획을 실행하고 정비사업 규제완화, 3기 신도시 개발 등의 정책을 본격화한다면 주택 공급이 늘면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심 “집값 ‘U자형 회복’ 할 것” VS 차 “경기 불황시 ‘L자형 침체’ 불가피”

[땅집고] 경지 회복 모형 중 'U자형 회복'은 집값이 짧은 기간 떨어진 후 긴 기간에 거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조선DB


두 전문가는 주택시장이 언제,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했다. 심 교수는 앞으로 집값이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U자형 회복이란 1~2년 정도 집값이 하락하다가, 이후 수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심 교수는 “통계적으로 자산시장은 주기성과 순환성을 가진다. 6~7년 주기로 돌아가는데, 시기적으로 보면 지금은 재상승기 진입 전 단계”라며 “그럼에도 현재 집값이 조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급등해서다. 3기 신도시 등 정부 주도로 입주가 대거 이뤄지는 2026~2027년 정도가 본격 집값 조정기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땅집고] 'L자형 침체'를 겪은 일본 도쿄의 부동산 거품과 정부의 관련 대책. /차학봉 기자


반면 차 기자는 “아직 주택 시장이 다 침체되지도 않았는데 회복론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현재 초고물가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데, 통상 이 금리 인상 정책이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라 2~3년 이상 이어지기 때문에 집값이 곧 안정화할 것이라는 판단은 성급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거의 오르지 않아, 집값도 ‘L자형 침체’ 양상을 띠고 있는 일본처럼 우리도 경제성장이 집값 회복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 마련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심 교수는 “집 한 채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며 “무주택자라면 어느 시기든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맞다. 1주택자라면 입지가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기’도 나쁘지 않으며, 다주택자라면 수익률이 낮은 상품들을 매도한 돈으로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매수하는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 기자는 “무주택자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새아파트 청약 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윤석열 정부가 서둘러 진행할 수밖에 없는 청년원가주택이나 역세권첫집에 주목하라”며 “유주택자들은 지금 집값이 떨어진다고 영원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사이클을 보면 크게 오른 지역일수록 낙폭도 크지만, 결국 다시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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