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작년 말 9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던 14단지 84㎡가 이달에 7억6000만원에 거래됐어요. 집주인이 새로 이사가고 싶어 하는 아파트도 저렴한 금액에 매물이 나와 있던 터라, 1~2년 정도 부동산 경기가 위축해 더 떨어질 거라고 보고 급하게 아파트를 처분한거죠.”(서울 노원구 상계동 하나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
서울 노원구는 지난 한해 집값이 9.77% 오르며 서울에서도 상승률이 가장 가파랐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노원은 올 초 하락 전환한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1.85% 하락해 서울에서 성북(-1.95%) 다음으로 하락률이 높았다. 노원구는 6억~9억원대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례가 많은데,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매수 수요가 뚝 끊긴 것이 집값 급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원구가 주거지 밀집 지역인만큼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 “이 가격엔 팔 수 없다”…급격한 집값 하락에 매물 거둬들이는 집주인
서울 노원구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전 고점 대비 1억원씩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그랑빌’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5500만원에 팔렸다. 지난 6월 직전 거래가(9억4500만원)보다 9000만원 낮고, 1년 전인 작년 6월 기록한 역대 신고가(10억5000만원) 대비 1억9500만원 떨어졌다.
현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3~5월 양도세 중과세 유예 조치로 거래가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6월부터 관망세에 접어들고 하락 거래가 이어지자 거래가 뚝 끊겼다고 전한다. 상계동 금호부동산 관계자 B씨는 “3~5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결혼식을 미뤘던 신혼부부들이 신혼집을 찾는 문의전화가 꽤 있었다”며 “6월부터는 본격 하락장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는지 매수 의사를 보이는 사람들 조차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B씨는 “매도자들 또한 시세가 예상치보다 떨어지자 다시 매물을 거둬 들이고 버티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 재건축 단지도 불황엔 힘 못 써…1억씩 ‘뚝뚝’
재건축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단지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주공 1단지 전용 32㎡는 지난 달 9일 4억8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 기록한 신고가(5억5000만원) 대비 7000만원 하락했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9단지 79㎡는 지난 달 8억39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9억35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두 달만에 96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이밖에 13단지 전용 45㎡는 지난해 9월 5억9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7월에는 4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1억 이상 하락했다. 2단지 전용 68㎡도 지난해 9월 9억4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8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노원구 일대 재건축 사업지도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윤 대통령 당선 전후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노원구 재건축 단지들이 잠시 주목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재건축 지분이 작아 추가분담금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택가격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용적률 혜택도 특별히 없기 때문에 가격 하락 국면을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 ‘주거밀집’ 노원구, 금리변동에 취약…집값 낙폭 키워
전문가들은 노원구는 금리변동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최근의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절벽이 현저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오른데다 대출 제한 때문에 ‘영끌’해도 거래할 수 있는 서울 지역이 많지 않았는데 노원구는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었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었다”며 “하지만 금리가 인상하면서 더 이상 영끌 매수를 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해 수요가 더 몰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원구가 주거 중심 단지라는 점도 이 일대 집값 낙폭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송 대표는 “부동산 가격이 뒷받침되려면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득이 발생해야 하는데 노원구는 주거 중심 지역”이라며 “강남3구 중 송파가 유독 하락 폭이 심한 것은 지역 내 소득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이 못받쳐 주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노원구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집값이 단기적으로 급등하며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조정 국면을 맞은데다 금리인상·부동산 경기 불황에 쉽사리 매수 수요가 몰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노원구는 작년 연말부터 올 초까지 새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잠시 상승했지만 노원구 최고가 아파트인 포레나 시세는 대출 한계선인 15억원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이 일대 최고가 아파트가 대출 규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거래되지 못해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집값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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