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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에 3억 계약금도 포기했다"…강남권 재건축 대어마저도 휘청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2.08.31 08:01 수정 2022.09.01 10:57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수혜 대상으로 떠올랐던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이 2024년으로 미뤄진데다 집값 조정 장세가 본격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도 휘청거리고 있다. 시장이 불타오르던 대선 직후와 달리 주요 재건축 단지에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선 것.
업계에서는 수도권 외곽 지역부터 집값 조정 장세에 돌입해 서울 강남과 1기 신도시 등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입지로 번지면서 당분간 시장 전반이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 아파트./오종찬 기자


■공약 파기 논란에 1기 신도시 ‘실망 매물’ 쌓인다

정부가 8·16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1기 신도시에서 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이른바 ‘실망 매물’이다. 정부가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을 2024년이라고 발표하자, 개발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호가를 낮추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방안이 나와도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물은 3694건으로 지난 3월9일 대통령선거일(3385건) 대비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산 동구(2375건→2821건)와 일산 서구(3190건→3583건) 매물도 각각 18%, 12%씩 증가했다. 분당 서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수립이 2년 뒤로 미뤄지면 현 정권 임기 내 착공조차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 “투자자와 일부 집주인은 선거 때와 180도 달라졌다는 배신감에 불만이 매우 많다”고 했다.

[땅집고] 분당과 일산신도시 아파트 매물 추이. /아실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1기 신도시에 준공 30년 넘는 아파트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는 36만5000가구다. 이 가운데 재건축 대상인 준공 후 30년 이상 단지는 4.0%에 해당하는 약 1만4500가구다. 25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가 66.5%인 24만3100가구다. 1기 신도시 노후화에 대한 재정비 방안 마련은 윤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똘똘한 한채’도 끝?…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휘청

올해 초부터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철옹성 같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집값도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4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직전 최고가였던 26억3500만원(지난해 11월)보다 2억3500만원 떨어졌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아파트 전용 72.51㎡도 지난 5월 37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던 것이 7월엔 29억 5000만원까지 떨어지더니, 8월에는 26억 2124만원(직거래)에 거래됐다.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강남권에서는 계약 포기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 82.51㎡는 지난 6월 31억 8500만원 매매계약이 체결됐지만 이달 9일 이 거래는 해제됐다. 매수자가 최근 가격 급락세를 보고 매수를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매매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납부한다고 가정했을 때 3억1000여만원의 계약금을 매수자가 포기한 것이다. 같은 면적 기준으로 나온 초급매물 가격이 2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금을 포기해도 급매물을 사는 것이 이익이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계약 파기는 집값 하락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당분간 시장이 약세를 지속한다면 계약 파기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최근 계약금 3억1000만원을 포기하는 '거래 파기' 사례가 발생해 주목받고 있다. /조선DB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선도아파트 50지수 증감률은 -0.72%로 집계됐다. 시가총액 상위 50곳 아파트 가격이 지난달(-0.24%)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 선도아파트에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가 대거 포함돼 있다. 선도 50지수는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것 전체 단지보다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용적률 상향, 투기 수요 억제, 이주 대책, 기반시설 확보 등 난제가 산적해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재건축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 사업이어서 선거 공약으로 발표했더라도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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