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셋집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집주인이 실거주 할 거라며 나가달라고 했습니다. 이사비도 지원해주겠다고 사정하길래 저도 기꺼이 동의했는데요. 문제는 이사할 집을 새로 구하고 계약금까지 낸 상황인데, 이제와서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겠다며 원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는 겁니다. 너무 황당하기만 한데, 이런 경우 집주인의 요구를 군말 없이 들어줘야 하는 건가요?”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 규제의 강화로 전세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전세를 얻기도, 세입자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는 계약 해지 합의를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계약 주체들이 원만하게 합의해 세입자가 이사하는 경우와 달리, 집주인이 뒤늦게 합의 사항을 파기하고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고 나선다면 갈등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주택 임대차에서 최초 계약 기간은 법률상 2년으로 규정돼있지만, 계약 당사자인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하에 계약을 조기 해지했다면 합의로 정해진 날짜가 계약 해지일이 된다”며 “만약 계약 해지일에 대해 합의를 마쳤는데도 집주인이 합의 번복을 주장한다면 세입자는 전세금반환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에서는 합의가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즉 한 사람이 조건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이에 동의했다면 의사 합치가 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관계를 청약(조건제시)과 승낙(동의)이라고 한다. 따라서 집주인이 먼저 조기 계약 해지에 대한 조건을 제시했고. 세입자가 동의했다면 그 자체로 법적인 효력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이후 집주인이 뒤늦게 본래 계약을 지키라고 새로운 청약(조건)을 제시한다면,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럼 조기 계약해지 합의를 어기고 본래 계약 기간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집주인에 대해 세입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상으로 마지막에 의사 합치가 된 조기 계약 해지 기간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이런 경우 앙심을 품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는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전세금반환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집주인에게 소송으로 맞선다면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일반인들이 증거를 남겨두는 일을 깜빡하기 쉽겠지만, 법원에서는 계약에 대한 마지막 의사 합치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반드시 증거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조기 계약해지 합의 당시 나눴던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는 물론, 통화녹취도 증거가 될 수 있다. 또 계약 해지 합의 당시 서로 간 계약서에 계약 기간을 명시하도록 수정하는 것도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대비책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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