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입주한 A아파트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급 아파트 가운데 하나다. 최고 20층, 8개동, 총 758가구 규모로 가구수가 적지 않으면서 지하철 2호선 방배역까지 걸어서 10분 걸리는 역세권 단지다.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34평(전용 84㎡)이 올해 6월 29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30억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고가 아파트다.
그런데 최근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악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한지 올해로 1년을 겨우 채운 새아파트인데, 대체 어떤 냄새가 난다는 걸까.
입주민들은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호소한다. 이 냄새가 엘리베이터는 물론 계단까지 스며들어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 같은 악취는 공용공간 뿐 아니라 집 안으로도 이어진다. 집집마다 화장실을 중심으로 독한 약품 냄새가 퍼져 청소도 해보고, 배수구도 정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가구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장실) 환풍기를 켜면 고약한 냄새 때문에 아이들이 코를 막고 ‘우웩, 우웩’ 하면서 굉장히 괴로워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대체 어디서 비롯됐을까. 원인을 찾던 입주민들은 이달 초 아파트 지하주차장 5층 바닥에 익숙한 악취의 화학물질이 뿌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차장에 딸린 창고에서는 건설 폐기물 더미가 나왔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가 아파트 공사를 끝내고 남은 각종 화학물질과 자재를 1년 넘도록 지하 창고에 방치해 둔 것이다.
1년 넘게 화학약품 냄새에 시달린 입주민들은 악취를 비롯해 주택 내부 시공 하자, 조경수 고사 등을 거론하며 시공사에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입주민들이 언급하는 독성 화학약품이 어떤 물질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뚜껑이 열려 있던 유성 페인트 등에서 나는 냄새가 지하주차장과 계단실을 타고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주차장에 남아있던 건설 폐기물들은 제보를 받고 대부분 치운 상태”라고 했다.
아울러 입주민들이 문제 삼고 있는 ▲주택 내부 시공 하자 ▲조경수 말라죽음 등에 대해서는 입주자대표 측과 협의해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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