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초대형 호재도 무용지물…용산도 그야말로 '시장 마비'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2.08.25 07:31
[땅집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대통령실 주변 아파트들./김지호 기자


[땅집고]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초대형 호재가 몰리며 부러움을 샀던 서울 용산 부동산 시장이 기대와는 달리 ‘셧다운’ 상태다. 8월 들어 현재까지 용산 아파트 거래 건수는 0건. 이쯤되면 거래절벽이 아니라 시장 마비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 실종이 아닌 멸종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용산구 8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0건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절벽 상황이 지속하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 전체 건수도 17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가 가장 적었고 중구 1건, 관악구 2건, 종로구와 양천구도 각각 3건을 기록했다. 용산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끄는 듯 했으나 8월 들어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땅집고] 8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 용산구는 24일 기준으로 0건으로 거래가 실종됐다. 가장 많은 자치구도 영등포구로 16건에 불과하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 매물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3월부터는 되려 급증했다. 일각에서 ‘강남 뛰어넘는 용산’ ‘용산시대 개막’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지만 지금은 정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촌동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년 동안 이렇게 거래가 안 됐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면서 “금리가 오르는데다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실종했고, 매매는 물론 전세시장에도 매물이 있긴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전무한 상황이다”고 했다.

[땅집고] 올해 용산구 아파트 매물 추이. 매물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아실


수요가 자취를 감추자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국부동산원이 18일 발표한 8월 셋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용산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다. 용산정비창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3주 만에 하락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간 부동산 상승론자들 사이에서 ‘용산 등을 중심으로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용산 이외에 서초구(-0.01%)까지도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하면서 “서울 집값 대장주들도 속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상승론자를 중심으로 용산은 서울 최고의 노른자땅, 각종 호재가 몰리는 지역이라 동부이촌동, 서부이촌동 등 재건축, 리모델링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전혀 다른 시장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삼각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공인중개업소 사이에서는 요즘 ‘폐업을 안하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내에서는 용산이 포함된 서울 북부 지역에서의 공인중개업소 폐업 및 휴업 비율이 신규개업보다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집값 고점에 대한 피로감, 주택 과다 공급에 따른 하락 전망이 우세하면서 당분간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각종 개발 호재로 들떴던 용산도 하락세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하락기에는 수요자들이 악재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호재에는 둔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용산 같은 경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같은 이슈가 가격에 선(先)반영이 돼있어 가격이 오를만큼 올라있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 건물·토지는 ‘땅집고 옥션’으로 사고 판다. 부동산을 투명하게, 제값에 거래하는 기술.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하기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화제의 뉴스

현대건설 새 사장, 57년생→70년생으로 파격적 세대교체
'안전진단 건너뛰고' 일단 조합 설립…재건축 패스트트랙법 국회 통과
건설업계, "정부 PF대책 환영…중소 시행사에 충분한 준비기간 줘야"
위례신도시 '5억 로또' 아파트 3가구 모집한다…청약 자격은
대전 최초 '조식 서비스' 아파트, 커뮤니티 훌륭한데…무늬만 둔산에, 머나먼 역 | 둔산 엘리프 더 센트럴

오늘의 땅집GO

현대건설 새 사장, 57년생→70년생으로 파격적 세대교체
'안전진단 건너뛰고' 조합 설립…재건축 패스트트랙법 국회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