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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게 더 멋지게!"…요즘 아파트 대문, 입이 떡 벌어지네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8.24 07:35 수정 2022.08.24 09:43
[땅집고]2018년9월 준공한 '반포 써밋'의 문주./대우건설


[땅집고] “와, 요즘 아파트 대문은 무슨 예술품이나 궁궐 대문 같네요.”

첫인상을 결정하는 ‘아파트의 얼굴’이 더욱 웅장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대문 역할을 하는 문주(門柱)를 특화해 ‘비싼 티’를 내는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 크기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초대형 대문부터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미적 요소를 가미한 문주까지 등장하고 있다.

건설사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좋고, 입주민 입장에서는 아파트의 고급스러움을 과시할 수 있어서 문주 특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비용 측면에서도 외벽, 커뮤니티 등에 돈을 들이는 것 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갈수록 문주는 화려해질 전망이다.

문주는 2000년대 초반 각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와 함께 등장한 건축 양식이다. 초기에는 아파트 이름을 알리는 머릿돌 형태에 불과했으나, 2007년께 통로 폭 규모의 게이트 형태가 등장한 이후 문주는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땅집고]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의 문주는 커다란 수경시설로, 길이만 무려 70m에 달한다./래미안


우선 크기부터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서초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의 문주는 커다란 수경시설로, 길이만 무려 70m에 달한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지하 3층~지상 35층, 총 12개동 1317가구 규모로 2020년 9월 준공했다.

강남 재건축 대어 반포우성 아파트를 재건축해 오는 31일 입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반포르엘’의 문주 길이는 래미안 리더스원 보다 더 긴 100m 정도이다. DL이앤씨는 북가좌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무려 530m 길이의 문주를 제안했다. 단지 제안 명칭은 ‘아크로 드레브 372’다. 문주를 단지 좌우에 있는 상가와 연결하는 형태로 디자인해 이 같은 길이가 가능해졌다.

[땅집고]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주 출입 문주 ‘디에이치 게이트 32-8’은 지난 5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의 본상을 수상했다./현대건설


디자인을 예술작품 수준으로 특화하는 단지도 생기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3차를 재건축해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주 출입 문주 ‘디에이치 게이트 32-8’은 지난 5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의 본상을 수상했다.

아파트 외벽에서 시작해 지상까지 흘러내리는 모양으로, 8m 높이에 길이는 70m에 달한다. 문주 안쪽에는 수천 개의 LED 광원을 달아 화려한 야간 경관도 연출한다. 단순 출입구가 아닌 예술 조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문주 특화 단지들의 공통점은 재건축 단지라는 점이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2, 3차 수주를 해야 하는 단지일수록 문주가 화려하다”며 “아무래도 입찰 제안서에 가장 먼저 보이는 장면이 아파트의 입구인 문주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선택을 받기 위해 최대한 멋을 부린 형태의 문주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 DL이앤씨는 북가좌6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하면서 무려 530m 길이의 문주를 제안했다. /DL이앤씨


업계에서는 문주 자체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건물 외벽 디자인이나 커뮤니티 등에 비해 설치 비용은 덜 드는 대신 폼은 폼대로 나 가성비가 좋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장 눈에 잘 보이고 상징성이 크다 보니 문주를 크고 잘생기게 지어달라는 입주민 요구가 많다”며 “문주가 도시정비사업으로 들어갈 경우 조합원 부담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은 없고,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문주 때문이 아니더라도 문주 특화 단지 중 집값이 크게 뛴 곳도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부동산 매수심리가 꺾이면서 작년 말까지 보류지 4가구가 세 번 이상 유찰됐다. 그러나 올 3월 전부 매각에 성공한 뒤 지금은 집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전용 84㎡C는 올 5월 33억원으로, 분양가인 17억4200만원보다 15억원 이상 올랐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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