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과잉 유동성의 시대가 끝나면서 부동산 시장은 초(超)양극화 국면에 접어들 것입니다. 실거주용 주택을 사거나 좀 더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 옮길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움직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내 최대 부동산 박람회인 ‘2022 부동산 트렌드쇼’에서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의 강연 내용 중 일부다. 이 대표는 부동산 트렌드쇼 첫날인 지난 19일 ‘2022년 하반기를 접하는 마음가짐: 양극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9년 독립한 이 대표는 매년 집값 전망을 적중시켜온 ‘족집게’ 전문가로 통한다. 이 대표는 “금리가 다시 내리길 기다리면 늦을 수도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지금이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 ‘상급지’로 주택 갈아타기에 나서는 수요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심화… “시장상황 안 좋아도 금리 과잉 반응 금물”
코로나19 팬데믹발로 전 세계에서 벌어진 ‘유동성 잔치’가 막을 내리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2개월 연속으로 단행하면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1년 전 0.50%이던 국내 기준금리도 1년 새 2.25%까지 뛰었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견해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금리상승=가격하락’이라는 단순 논리보다는 각 지역별 시장 내에서도 사람들 생각이 구분되고 있어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에 과도하게 반응해 섣불리 행동을 결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고가 주택 시장과 저가 주택 시장의 ‘초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원리금을 갚기 힘들어지고 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곳 위주로 집값이 빠지고 매물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다주택자라면 자산 배분 측면에서 보유한 주택 중 가장 가치가 낮은 주택은 먼저 팔아버리되, 비싸고 질 좋은 ‘똘똘한 한 채’는 가장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양극화 장세는 최근 주택시장의 두드러진 현상이기도 하다. 최상위 아파트(5분위)와 최하위 아파트(1분위)가 상승하는 반면 중간 가격대 아파트들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가격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서울·수도권에서는 매매가격보다 비싼 값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역전세’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서울 내에서도 가장 알짜 입지로 꼽히는 곳은 신고가 행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중소형이 아닌 대형 아파트에서 3.3㎡(1평)당 평균 가격이 1억 넘는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며 “인기지역 일수록, 자산 가격이 높은 곳일수록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한 달만 해도 반포동에 위치한 ▲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30㎡(51평)은 59억원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36㎡(52평) 55억9000만원 ▲반포주공 107㎡(35평)는 59억원에 신고가를 썼다.
■ “자산시장 흐름에 등돌리지마라… 거래활성화 대책은 필요”
나날이 자산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현명할까. 이 대표는 “과거와 달리 소위 ‘좋은 자산’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기존의 자산을 단순히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자산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주택자라면 실거주용 주택을 사거나 1주택자라면 좀 더 입지가 좋은 상급지로 적극 ‘갈아타기’ 전략을 구사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진 조정장을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했다. 다만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 중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은 향후 가격이 정체할 수도 있어 실수요 여건을 고려해 구입하는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동산 대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조정장세 속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거래절벽’이 지속되고 있다.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도 사실상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주택자의 경우 최근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종부세 부담이 완화되고, 주택담보대출의 전입 의무도 폐지돼 대형평수나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그러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지 않은 이상 기존 집을 매도 후에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및 취득세 중과 완화 ▲대출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부동산 시장에선 대선이 끝나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택 거래 활성화 등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작년 9월부터 급감해 올해 2월 역대 최저치인 819건까지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들어 1430건으로 반등했고, 주택 매수 수요도 회복되는 낌새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집계(8월 21일 기준)된 매매 거래량은 집계를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역대 최저 수준(581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대표는 “팔고 싶은 사람들이 팔 수 있고, 사고 싶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장이 도래해야 현재 시장이 지난 불편함과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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