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채 다 던지고 파산신청, 어때?" 무개념 갭투자자 글 파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8.19 13:10

[땅집고] 갭투자로 오피스텔 10채를 매입했으나 최근 전세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 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는 A시의 글. /블라인드 캡쳐


[땅집고] “오피스텔 10개 갭 낀 거 파산 신청하려고 한다.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떨어졌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gap) 투자’로 오피스텔 10채를 매입했다고 밝힌 A씨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떨어졌다. 세입자를 새로 구하기도 힘들고, 그냥 파산 신청하고 다 던지려고 한다”며 “더 좋은 방법 있으려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마치 조언을 구하는 듯한 A씨의 글에 질책의 댓글이 쏟아졌다. 주택 여러 채를 갭 투자로 매입한 집주인이 파산해버리면,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잘못된 투자로 인한 집주인 개인의 파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애꿎은 세입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것이다. 통상 집주인이 세입자가 퇴거할 때 돌려줄 수 있는 보증금만큼의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갭투자자들은 주택 여러 채를 각각 1000만~3000만원 정도만 들여 연속해서 사들이는 바람에 자금 여유도 없는 편이다.

[땅집고] 갭투자자인 A씨에게 "세입자는 무슨 죄냐"는 식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블라인드 캡쳐


누리꾼들은 “전세금도 못 돌려줄 못난 인간 하나 때문에 그 세입자들은 얼마나 피눈물을 흘릴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오피스텔이나 빌라에서 요새 ‘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에 A씨는 “그렇게들 욕하지 마라. 다 같이 인생 레버리지 배팅하고 대박 노리며 살아가는거지”라며 “금리 더 올리면 터질거다. 지금 빌라나 오피스텔 20~50채 소유자는 수두룩하다. 난 진짜 적게 들고 있는 편이다. 이번 거 잘 정리하고, 다음 상승장에는 경험 삼아 잘 준비해야지”라고 맞섰다. 이후에도 논란이 커지자 A씨는 결국 해당 글을 삭제했다.

[땅집고]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 오피스텔, 빌라마다 역전세 및 깡통전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조선DB


A씨가 정말 오피스텔 10채를 보유한 갭투자자인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상승기였던 지난 4년여 동안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非)아파트 상품 위주로 갭투자가 매우 활발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최근 집값이 주춤해지자 위기에 몰린 갭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아파트 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아파트 시장에 후행하는 오피스텔 및 빌라의 경우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 ‘역전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방 뿐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깡통전세’나, 100% 이상인 ‘역전세’가 나타난 오피스텔·빌라 단지가 수두룩하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서울에선 강남과 비(非)강남권을 가리지 않고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추월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땅집고]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역전세가 발생한 소형주택 단지들. /이지은 기자


서울시에선 강동구 길동 ‘강동와이시티’ 전용 13㎡가 지난 6월 1억2000만원에 매매거래됐는데, 같은날 전세 계약은 매매가보다 4000만원 높은 1억6000만원에 체결되면서 역전세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그랑그루’ 전용 12㎡도 지난 7월에 1억4700만원에 전세계약 됐는데, 이달 들어서는 전세금보다 낮은 1억35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가 갭투자자들에겐 이득이지만, 전세 실수요자들에게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깡통전세나 역전세 주택처럼 전세가율이 높은 집일수록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가능성은 커진다. 기본적으로 이런 주택들은 세입자의 보증금이 매매가격을 뒷받침하는 구조여서, 집주인이 갭투자한 주택 가운데 1~2채만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도 나머지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다는 설명이다.

오피스텔·빌라 전세의 주 수요층은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깡통전세나 역전세 주택에 입주했다가, 집주인의 자금난으로 집이 경매에라도 넘어가면 전재산 격인 보증금을 한번에 날리는 셈이 된다.

땅집고 자문단은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대출 이자도 전보다 올라, 갭투자자들이 전세 세입자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보증금 반환 능력을 상실한 갭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전셋집을 구하기 전 해당 주택의 전세·매매거래 이력이나 주변 시세를 확인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공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인지도 꼭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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