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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전세' 지역·단지는 어디? - ② 경기 고양 일산 동,서구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8.12 08:00
[땅집고] 일산신도시 아파트촌 모습./김진평 기자


[땅집고]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역전세 현상이 지방 중소 도시에 이어 서울·수도권 전세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서울·수도권에서도 매매가격보다 비싼 값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수도권에서는 역전세 현상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최근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줄을 잇고 있어 이른바 ‘깡통전세’ 주의보가 퍼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대표적으로 인천, 부천, 시흥시를 비롯해 고양시 일산동·서구가 위험지역으로 꼽힌다.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이 제공하는 온라인 부동산 시세추정 서비스 ‘랜드바이저’의 전국 깡통전세 위험 리스트에 따르면, 시·군·구별로 역전세 단지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고양시 일산(동구·서구) ▲인천 (서구·계양구·부평구) ▲부천시 등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경기 일산동구(14.3%), ▲인천 서구(9.7%), ▲인천 계양구(9.2%) 등의 순으로 위험도가 높았다. 이들 지역은 사실상 전셋집 10곳 중 1곳이 깡통전세인 셈이다.

작년 말부터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줄고, 집값 상승세가 꺾인 반면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전세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팔아도 대출금이나 세입자 보증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높다. 땅집고가 3차례에 걸쳐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수도권 실태를 점검하고 투자·매매시 유의점에 대해 짚어본다.



② 경기 고양시 일산동·서구…몇 달 새 매수세 ‘뚝’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 차’를 맞고 있는 1기 신도시는 3월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거래가 늘고 집값도 단기간 급등했다. 대표적으로 올 상반기 일산동·서구의 누적 집값 상승률은 각각 0.91%, 0.77%였다. 같은 기간 경기(-0.51%)와 서울(-0.19%) 평균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이 수도권 외곽은 물론 서울로 번지면서 지난달 이후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일산 신도시 공인중개사들은 “올 상반기 집값 상승은 일산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도 놀랄 정도로 매서웠지만, 이제와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매물을 찾는 전화가 거의 없다”고 했다.

[땅집고] 경기도와 일산동,서구 전세가율 비교./손희문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일산동구와 일산서구가 각각 72.1%, 72.5%를 기록하며 경기도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66.3%)을 훌쩍 뛰어넘었다.

문제는 실제로는 이미 전세가율이 80%에 도달해 깡통전세 위험이 크거나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보다 비싼 역전세가 일어나는 단지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주택시장 불안 우려가 확산된다는 것. 현지에서는 ‘1기 신도시 특별법 이슈’가 한 차례 몰아치고 난 이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어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일산신도시 내에서 전세가율이 80%를 초과하는 아파트 단지는 ▲주엽동 ▲정발산동 ▲마두동 ▲일산동 등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 30년에 가까운 대형 아파트들이 주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 전세가 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올해로 준공 29년차를 맞은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5단지(쌍용한일) 13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5월 8억2800만원에 실거래됐다. 같은달 거래된 전세는 같은달 6억4000만원(2층)에 거래되며 전세가율이 77%로 나타났다. 다만 전세 계약 매물이 저층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전세가율은 80%를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29년차 주엽동 문촌마을3단지(우성) 102㎡는 지난 6월 8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한달 뒤 전세가 7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세가율이 83.5%를 기록했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밤가시건영'./네이버 지도


일산동구에서는 정발산동 밤가시마을건영2단지의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 60㎡는 지난 3월 3억3000만원에 매매거래된 뒤 현재까지 거래가 끊겼다. 이후 2개월이 지난 5월 2억9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전세가율은 89.3%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인근에서 전세가율이 100%가 넘는 오피스텔 단지들이 밀집해있는 모습./호갱노노 캡처


서울 지하철 3호선 주엽, 정발산, 백석역 역세권 소재 오피스텔을 중심으로는 역전세 현상도 포착된다. 주로 전용면적 10평 안팎, 준공 20년 내외의 오피스텔이 이에 해당한다. 해당 단지들은 ▲동양메이저타워 ▲신성하이네스트 ▲양우드라마시티 ▲한솔프레미낭 ▲웨스턴853 등이다.

업계에서는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아 역전세 투자가 늘어나면 해당 단지 임차인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주의해야 할 주거상품으로 생활형숙박시설과 도시형생활주택을 꼽는다. 주택시장에서 아파트, 빌라에 비해 선호도가 낮아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매매가격이 가장 먼저 빠지는 대상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주택은 부동산 유형 중에서도 가격하락기에 하방위험이 더욱 큰 ‘약한 고리’”라며 “세입자들은 전세금보증보험을 가입하거나 권리관계의 선·후순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 호재를 타고 집값 급등을 했던 일산 신도시의 집값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전세 계약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까진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재건축 추진 기대보단 금리 인상 등 대외 여건에 집값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특별히 전세 계약을 체결할때는 매매가와 전세가율의 추이와 현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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