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5층 건물 반사광에 1년째 고통…시공사는 "피해 크지 않다"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2.08.12 07:31 수정 2022.08.15 15:57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건축 중인 'SKY-L65'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SKY-L65 외벽 유리창에 비치는 태양 반사광 때문에 빛공해 피해를 입고 있다./주민 제공


[땅집고] “65층 높이로 거창하게 지으면서 인근 주민에게 이렇게 피해를 줘도 되는 겁니까. 빛공해 때문에 한여름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실내 온도가 내려가지 않을 지경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짓는 ‘청량리 SKY-L65’ 초고층 아파트 외벽 유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 반사광으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1년째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지난해 6월부터 외부 창호공사가 시작되면서 피해자들은 낮부터 해질녘까지 폭염에다가 태양 반사광 열기까지 더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건물과 마주보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피해가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Y-L65는 청량리4구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아파트 1425가구, 오피스텔 528실이다. 강북에서 가장 높은 지상 65층(199m) 건물로 2019년 분양 당시 화제가 됐다. 2023년 7월 입주예정인 SKY-L65는 골조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6월부터 외부 창호 공사을 시작했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저층부 알루미늄 구조물과 고층부 유리면에서 엄청난 반사광으로 빛 공해 피해가 1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건물 준공 이후에도 이러한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땅집고] 'SKY-L65' 주상복합 아파트 외벽 유리에 비치는 태양 반사광./주민 제공


SKY-L65 맞은편에 위치한 A아파트 입주민 60여명은 빛공해 피해를 호소하며 동대문구청, 시공사 등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 A아파트는 SKY-L65와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져 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대집 씨는 “구청과 시공사, 시행사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외장 창호 자재를 바꾸든가 차단 필름을 붙이는 등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씨는 “낮 시간만 되면 거실에서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자체는 당장 어떤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지속적으로 민원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건축물 외장 마감 빛 반사는 현행 법상 규제를 할 수 없어 강제 조치를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시공사 롯데건설 관계자는 “구청과 현장 합동조사 결과 빛공해 피해가 크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로서 특별한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빛공해 관련 민원은 7900여 건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3214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민원인들은 수면장애, 생활불편, 눈부심 같은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행 법상 빛 반사 피해에 대한 지자체 규제나 보상 규정은 명확하게 없다. 빛공해방지법이 있지만 인공조명으로 발생한 피해만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벽 전체가 통유리로 된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건물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눈부심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네이버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필름이나 커튼 등 ‘빛 반사 예방 시설’을 설치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빛공해 관련법상 지자체가 조정하기는 불가능하고 피해 주민은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분쟁 해결에 나서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위원회에서도 해결이 안 된다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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