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쪼개진 구역만 171개…세운지구 '초고밀 복합개발' 발목 잡나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8.08 14:04 수정 2022.08.09 11:48
[땅집고] 서울 중구 세운3구역 상가 너머로 건물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서울 중구 세운지구.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부터 종로3가역까지 3~4층 규모 낡은 상가건물이 길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4개로 이어진 상가 중 대림상가 옆으로는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던 지난달 30일 ‘세운지구 개발계획안’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용산정비창(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처럼 세운지구도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를 적용해 개발하자는 게 핵심이다. 화이트 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 용적률 안에서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고 필지에 다양한 기능을 유연하게 담을 수 있어 고밀 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트 사이트를 적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오 시장이 국토교통부가 발의한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 시장이 세운지구의 용적률·층수 제한을 완화해 주거지와 녹지, 업무지구가 들어설 수 있도록 초고밀 복합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일대 정비사업 또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과거 세운지구는 경기 위축, 각종 규제에 막혀 개발이 제한됐다. 하지만 오 시장 구상 대로 세운지구가 주거 및 업무 기능이 통합된 도심 공간으로 변모하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 10년 간 개발이 가로막히면서 구역이 쪼개지고 통합개발이 어렵게 됐고, 아직 층고 제한이 어떻게 완화될지 구체적인 안도 나오지 않았다. 상가 지분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어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 또한 난제로 꼽힌다.

[땅집고]서울 중구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공중보행로. /전현희 기자


■오세훈 ‘세운지구 초고밀 복합개발’ 제시…잃어버린 10년 되찾나

세운지구는 북쪽으로 종로, 남쪽으로 퇴계로와 접한 직사각형 부지다. 대지면적이 43만9356㎡로 서울월드컵경기장(21만6712㎡)의 2배 규모다. 지하철 1·3·5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4가역,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이 가까워 교통 환경이 뛰어난 데다 시청업무지구와도 지근거리다.

[땅집고] 서울 중구 세운지구 개발 현황. /조선DB


세운지구 한가운데 있는 세운상가 일대는 1968년 지어져 2006년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오 시장은 2009년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을 통합 개발하는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오 시장 후임인 박원순 시장 당시 ‘보존 중심의 도심재생’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개발이 진전하지 못했다. 종묘 문화재 심의로 고도제한, 한양도성 일대 90m 높이 제한 등이 생기면서 10여년 간 사실상 방치됐고 세운지구는 도심 내 낙후 지역으로 전락했다.

2019년 ‘을지트윈타워’가 준공된 이후에야 일대 정비사업이 힘을 받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 오 시장이 발표한 ‘서울 2040 플랜’에 따라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재개발 기대가 커졌다.

■ 세운지구 곳곳 정비사업 ‘한창’

현재 세운지구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3구역과 6구역이다. 세운상가와 맞닿아 있는 세운3 구역은 총 10개의 정비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했고, 이 중 5개 구역은 공사가 시작됐다. 3구역에서는 지난 4월 주상복합 아파트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1022가구)이 분양했으며 생활숙박시설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756실)가 분양 중이다.

[땅집고] 내년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공사 현장. /전현희 기자


을지로4가역 인근 세운6구역에는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가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아파트 321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293가구다. 그 옆에 들어설 도시형 생활주택(198가구)과 오피스텔(366실) 복합단지인 ‘세운 푸르지오 더 보타닉’이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하는 종로구 ‘세운4구역’에 호텔과 오피스텔, 오피스 등을 복합 개발하는 사업이 내년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세계유산인 종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수차례 제동이 걸렸지만 다시 추진하는 사업이다.

세운1 구역에는 박물관이 들어섰다. 세운5 구역 내 2개 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착공을 준비 중이다. 가장 개발 속도가 더딘 세운2 구역은 시가 마련 중인 정비계획안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의 새 랜드마크 기대…토지 매입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세운지구 개발이 끝나면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종로가 서울 도심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상권의 이탈이 급격하게 진행되며 쇠락하기 시작했다“며 “이 일대 개발이 완료되면 서울 도심에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종로가 왕궁, 문화재 등과 접목되고 청계천 을지로와 연결되면서 서울 도심 부활의 상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중구 일대에 새 아파트가 없는 만큼 직주근접 단지로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경희궁 자이는 종로구 유일한 대단지 아파트라는 점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데 세운지구는 경희궁 자이보다 주요 업무지구와 더 가까워 세운지구에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발 속도가 생각보다 늦을 것으로 본다. 구체적 개발 계획이 아직 없는데다 상가 소유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는 것도 난제다.

을지로4가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도심 복합 재개발은 일반 주거지 재개발과는 달리 현금 청산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입지 좋은 대로변 상가는 재개발을 반기지 않는다”면서 “환경이 열악해 수익이 나지 않는 상가 소유주만 팔고 싶어한다”고 했다. 최근 이 일대 시세는 1분기보다 상가 건물 3.3㎡당 2000만원 정도 상승했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잘게 쪼개진 구역을 통합해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하고, 고도제한를 풀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통합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 구역이 171개로 나뉘어 대규모 개발이 불가한 상태”라며 “오 시장이 20여개로 구역을 통합한다고 하는데 아직 계획안이 나온 것이 없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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