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내놓는 족족 실패…'반값 아파트' 이번엔 날개 달 수 있을까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8.03 12:07

[SH 야심작 반값 아파트] ④ 갈 길 먼 토지임대부 주택, 새 트렌드 될까

[땅집고]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공급 대책 내용에 토지임대부 주택인 '역세권 첫집' 20만 가구 공급을 담았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토지임대부 주택 ‘역세권 첫집’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반값 아파트’가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예열에 들어갔다. 중앙정부에 이어 서울시도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소유권은 공공기관 등이 갖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정치권의 단골 공약이지만, 과거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돼 추진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터지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택지 매각 자체를 제한하면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을 수 있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업계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 취지 자체는 좋지만, 공급 가능 물량이나 입지 확보 등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땅집고]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구조.


■ 정부·서울시 ‘토지임대부 주택’ 속도전

윤석열 정부나 SH 모두 올 하반기 첫 반값 아파트 분양을 목표로 토지임대부 주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역세권 첫집’은 250만호 주택공급 계획의 한 축으로, 5년간 2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4만 가구는 수도권에 집중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인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대책에 역세권 첫집도 담을 계획이다. 이원재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역세권 첫집에 대해) 구체적인 입지를 선정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사전 청약을 실시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내 집 마련 기회를 드리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중산시범아파트. 올해로 준공 53년 차로, 건물 외관이 낡고 곳곳에 금이 가있는 모습이다./손희문 기자


■ 박정희 때부터 노무현·이명박도 추진했지만…’실패한 정책’ 낙인

정부와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있었고 노무현·이명박 정권 때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32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한 ‘보금자리 주택’ 또한 낭패를 보면서 ‘토지임대부 주택 = 실패한 정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당시 사업대상 토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한 것이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전 정부의 주택 정책과 함께 보금자리 주택을 조기 종료시키면서 정책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결국 실제 공급은 21만 가구에 그쳤다. 또한 현재 남아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 중에서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가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 ‘중산·시범아파트’(494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1970년 준공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훌쩍 넘긴 이 단지는 건물과 토지 소유권이 분리돼 있어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나마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 시유지 매입을 추진하며 재건축 가능성이 열렸지만,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땅집고]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이 2009년 완공한 토지 임대부 주택‘피나클 앳 덕스턴’. /싱가포르 주택개발청


■ “실효성 없다” vs ”안 할 수도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 개념 자체는 이상적이지만, 우리나라 상황 상 공급 가능한 물량이 너무 적어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토지임대부 주택의 롤모델인 싱가포르처럼 국유지가 80%를 넘을 경우엔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유지 비율이 30%에 불과해 일부 시민만 누릴 수 있는 ‘로또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주택개발청(HDB)은 월 소득 1만4000달러(약 1800만원) 이하인 중산층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주택을 건설해 공급한다. 공공 보유 물량은 전체 분양 주택의 78.7%이며, 나머지는 민영주택이다. 싱가포르 인구 약 82%는 공공주택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 외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정착시킨 네덜란드도 국유지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는 “1년에 나올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 수를 1000가구라고 가정하면 이 물량은 평균 서울에 공급되는 주택 8만 가구 중 1.25%에 불과하다”며 “시민 100명 중 1~2명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토지임대부 주택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규모 필지를 찾아서 공급하는 등 문제 해결점만 찾으면 토지임대부 주택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토지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에 서민층이 주거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분양 가격에 이자를 붙인 정도의 가격으로 공공에 되팔게 하면 로또 아파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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