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상한 용도변경에 땅값 수천억 이득"…롯데칠성 부지 논란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8.01 07:28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롯데칠성 부지'./손희문 기자


[땅집고] ‘강서의 반포’로 불리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변 땅 ‘롯데칠성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롯데가 서울시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학교용지와 층수 제한 지역으로 묶여 개발 불모지였던 이 땅이 돌연 2년 전 특별계획구역(이하 특계구역)으로 바뀌면서 최고 25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2종일반주거지’로 종(種) 상향된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롯데는 특계구역 지정 이후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 건물을 지으라는 서울시 요구를 2년간 뭉개며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땅값은 2배 이상 올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누리고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임대주택을 짓겠다며 준주거지역으로 추가적인 종 상향을 서울시에 역제안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어차피 개발도 할 수 없는 땅을 공장으로 실컷 이용해 먹고, 이제 개발 가능한 땅으로 용도 변경되니 집장사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롯데의 전형적인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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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롯데칠성 부지' 위치도. /손희문 기자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5가 111·115번지 일대 ‘롯데칠성 부지’는 영등포구에서도 가장 노른자땅으로 꼽힌다. 한강공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m 정도이고, 선유로와 올림픽대로 등을 이용한 편리한 접근성 때문에 ‘강서의 반포’라고도 불린다.

1965년부터 롯데가 소유해온 이 땅은 현재 롯데칠성음료 물류창고와 롯데렌터카 차량정비공장으로 쓰이고 있다. 토지이용계획상 과거 수십년간 학교용지와 2종 일반주거지역(7층 제한)으로 지정돼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돌연 2020년 6월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며 약 2만5000㎡에 달하는 부지를 특계구역으로 지정했다. 특계구역은 여러 동의 건축물과 다양한 용도의 땅을 수용해 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일 경우 지정한다. 특계구역에 지정되면 용적률과 층수 등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선유도역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도./독자 제공

이 과정에서 롯데에 대한 서울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특계구역으로 지정된 총 3곳의 부지 중에 롯데 소유의 롯데칠성 부지 2곳이 포함됐기 때문. 특계구역 중 가장 넓은 1구역 1만3302㎡(약4024평)는 롯데렌터카 정비공장, 2-1구역 8589㎡(약2598평)은 롯데칠성음료에서 물류센터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2-2구역은 세차장이 영업중이며 민간 소유의 땅이다. 더구나 특계구역에 인접한 바로 옆 땅들은 2종 일반주거지 7층 층수 제한을 받는데 반해, 특계구역 부지는 같은 2종 일반주거지임에도 최고 25층에 달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가 대폭 완화된 점도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롯데는 특계구역 지정을 받고 최고 2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서울시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입장을 바꿔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준주거지역’으로의 종 상향을 서울시에 역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1구역 중 일부는 학교용지다. 수십년간 개발이 묶인 이 땅이 특계구역으로 지정이 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특계구역 지정을 건의할 수 있는 주체는 토지 소유주 또는 구청인데, 땅 주인인 롯데가 이 땅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에 특계구역 지정을 요구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은 “도시계획상 상위계획인 한강변관리 기본계획에 의해 저이용 민간부지의 전략적 이용을 위해 구청이 서울시에 입안해 지구단위계획 및 특계구역을 지정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 해명을 두고 “서울시의 형식적인 답변일 뿐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반박이 나온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40년 가까이 학교용지로 묶였던 곳이 하루아침에 특별계획구역으로 바뀌었다. 만약 전략적 이용을 위해 특계구역으로 지정해줬다는 행정청 발언이 사실이라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그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땅이 2년간 2회에 걸쳐 준주거지역까지 종상향을 앞두고 있다면 상식적으로 특혜성이 매우 의심가는 대목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특계 지정 후 개발 약속 뭉갠 롯데…지가 상승으로 수천억원 이익

롯데 측이 이 부지를 개발하기로 약속했지만 수년간 시간만 끌면서 수천억원의 땅값 상승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0년 특별계획구역 지정 이후 최고 25층의 주상복합 건물과 주민 편의시설을 지으라는 서울시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롯데가 이를 묵살했고, 이 과정에서 땅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

실제로 롯데칠성 부지 땅값은 최근 2년간 최소 2배 이상 뛴 것으로 확인된다. 2020년 당시 양평동 준공업지역 내 공장·창고 시세는 3.3㎡(1평)당 평균 3000만원 정도였다. 2년이 지난 현재(2022년 7월 기준) 이 곳의 땅값은 평당 7000만~8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기간 동안 롯데칠성 부지 땅값은 최고 3300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양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롯데가 제안한 임대주택 사업이 받아들여져 토지가 준주거로 종상향되면 롯데가 특혜로 얻게되는 땅값 상승 이익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신휴플러스 아파트 울타리에 롯데건설의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손희문 기자


■ 롯데 측 “서울시와 협의 시간 걸려…특혜는 전혀 사실 무근”

롯데 측은 롯데칠성 부지 관련 개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칠성 부지 일부에 해당하는 학교용지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 시설이어서 일몰제가 적용돼 개발 제한이 풀렸다. 특별계획구역 지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설명했다. 2년간 개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서울시와의 관련 사항에 대한 협의를 비롯해 계열사인 롯데칠성이 소유한 부지 소유권 이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거 ‘부산 롯데타워’의 사례처럼 롯데가 이번에도 잇속만 챙기고 정작 약속했던 개발은 뒷전으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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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롯데칠성 부지에 지상 35층 11개동, 용적률 400%를 적용한 총 14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임대주택(역세권청년주택)을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양평동 주민들은 “롯데는 집장사에 혈안이 됐고, 서울시는 임대주택 늘리기로 실적을 채우려는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면서 건설사 배만 불리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일조권 문제 등 양평동의 주거환경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신림동이 ‘고시촌’이라는 이미지로 낙인 찍혔듯 양평동도 부동산 시장에서 원치 않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민들의 거부감은 매우 크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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