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같은 아파트 단지끼리 이게 다 뭐야. 서로 넘어오지 말라고 바리케이드에 철조망까지 치고…” “맨날 주민들이 이거 넘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요. 비라도 오면 미끄러워서 넘어지고 위험하잖아.”
서울 강북구 미아뉴타운에 2010년 입주해 지금까지 지역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래미안트리베라 1~2차’. 1차 1247가구, 2차 1330가구로 규모도 제법 크다. 34평(전용 84㎡) 기준 실거래가가 최고 11억8000만원에 달해, 강북구 일대에서 고가 아파트로 통한다.
최근 이 단지 1차와 2차를 연결하는 통행로에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바리케이드’가 등장했다. 통행로를 바리케이드가 줄줄이 막고 있어 단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단절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름길로 가려고 바리케이드를 훌쩍 넘어다니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바리케이드 가장자리에 철조망까지 둘러져 있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주민들은 “지난 5년여 동안 1차와 2차 입주민들 간 갈등이 지속된 결과”라고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래미안트리베라’는 동서로 난 4차선 도로인 삼양로19길을 기준으로 남쪽에 1차, 북쪽에 2차가 위치해 있다. 그런데 1차 단지 중 2택지(101~106동)는 북쪽 2차 단지와 맞붙어있다. 1차 2택지에 포함된 2차선 도로가 대로변과 연결돼있어, 2차 단지를 가장 빠르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때문에 2차 주민들이 입주와 동시에 이 통행로를 자연스럽게 이용해왔다.
갈등의 발단은 통행로 방지턱 파손 등으로 도로 유지보수비가 발생하면서다. 이에 1차 입주자대표회의가 2차 측에 “그동안 도로를 같이 썼으니 비용도 같이 부담하자”고 제안했지만, 2차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두 단지 간 갈등이 시작됐다.
2018년 1차 입주자대표회의는 2차 주민들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길에 차단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를 세웠다가, 2차 주민들 항의에 부딪히자 차단물 재질이 플라스틱 차단봉을 거쳐 석재 화분 등으로 변경됐다.
이에 2차 주민들도 맞불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이 도로에 철제 보안문을 설치해, 1차 주민들이 2차 부지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 보안문은 출퇴근·등하교 시간을 고려해 오전(6시30분~9시30분)과 오후(4시30분~7시30분) 각각 3시간씩만 개방한다. 그 외 시간은 2차 주민들에게만 제공된 전용 카드키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다.
‘래미안트리베라 2차’ 주민인 A씨는 “1차 주민들은 본인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2차는 상시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반면, 1차는 1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차 주민들이 2차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 미관을 해치고 관리비를 키우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1차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철제 보안문 맞은편에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두 단지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2차 주민들이 성인 허리 높이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출퇴근, 통학하느라 매일 고군분투 중이다. 바리케이드로 막지 못하는 빈 공간은 철조망으로 채워져 있어 자칫하면 피부가 찢어지는 등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앞서 2020년 2월 서울시가 갈등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 입회 하에 두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모여 ▲ 진출입로 유지보수비 ▲진출입로와 맞붙은 1단지 지하주차장 사용 문제 ▲진입로에 설치한 경비실 운영 비용 문제 등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들이나 노년층이 철조망이 쳐진 바리케이드를 넘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된다”, “이웃끼리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비인간적이다. 갈수록 집값 오르면서 다른 아파트 배척하는 분위기가 너무 심화한 것 같아 안타깝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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