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야심작 반값 아파트] ①“우린 준비 다 끝났다” SH공사 ‘반값 아파트’ 9월 첫 시동
[땅집고] “서울에 ‘반값 아파트’ 지을 준비, SH공사는 이미 다 마쳤습니다. 오는 8월 국토교통부의 사인만 떨어지면 곧바로 공급할 겁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
이달로 취임 8개월째를 맞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지난 25일 땅집고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반값 아파트 공급’을 SH의 역점 사업으로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집값이 비싼 서울이지만, 토지는 서울시 및 SH가 소유하고 건물만 일반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다면 시세의 반값 이하인 3억~4억원대로 분양할 수 있어 서울 주택난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반값 아파트 첫 공급지는 강동구 고덕강일지구…분양가 3억~4억원대 “초저렴”
김 사장에 따르면 이미 서울시와 SH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반값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 선정은 물론이고, 관련 인력이나 자금 조달 계획까지 마련해둔 상태라는 것이다. 오는 8월 중순 국토교통부가 주택 250만가구 공급 대책을 내놓는데, 여기에 SH의 반값 아파트 후보지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8월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라 SH는 빠르면 9월 중으로 반값 아파트를 곧바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SH는 첫 반값 아파트가 건설될 지역으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를 꼽았다. 이 곳에 신혼희망타운으로 분양하려던 단지를 반값 아파트로 변경해, 분양가 3억~4억원대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단지 유형을 신혼희망타운에서 반값 아파트로 바꾸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변경 승인을 앞둔 상태다. 국토교통부의 승인만 떨어지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9월 분양할 수 있다는 것이 SH의 설명이다.
SH는 현재 보유 중인 강서구 마곡지구나 송파구 위례신도시 부지에도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평범한 임대주택 탈피…‘아크로리버파크’ 뛰어넘는 설계 적용”
김헌동 사장은 “반값 아파트를 평범한 임대주택으로 짓지 않겠다”며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를 뛰어넘는 고급 설계를 적용해,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주택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반값 아파트는 ‘초고층 복합 단지’ 형태다. 최고 50층 정도 높이로, ▲지상 1~5층에는 상가·공공시설·커뮤니티 시설 ▲15~20층까지는 오피스 등 업무시설 ▲50층까지는 주택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다만 첫 반값 아파트가 될 고덕강일지구 단지는 이미 신혼희망타운 형태로 설계를 마친 상태라, 현재 전국 곳곳에 들어서있는 신혼희망타운과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값 아파트를 100년 이상 살아도 튼튼한 ‘장수명 주택’으로 짓는 것도 SH의 목표 중 하나다. 지은 지 30년 밖에 안된 아파트들이 건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로 재건축을 하는 일이 없도록 좋은 자재로 견고하게 건축하겠다는 설명이다.
■“대지지분 없어도 수억원대 차익 실현…반값 아파트, 인기 없을 이유가 없다”
김헌동 사장은 반값 아파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 강한 확신에 차 있었다. 일각에서는 토지 소유권이 없고 건물만 갖는다고 해서 ‘반쪽짜리 아파트’라는 비난도 거세지만, 선례를 보면 반값 아파트 수분양자들도 수억원대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2년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한 ‘LH강남브리즈힐’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아파트 34평(전용 84㎡) 분양가가 2억2050만~2억2230만원, 30만~40만원 토지임대료는 별도였다. 그런데 전매제한기간인 5년이 지나자 건물 매매가가 8억원대로 뛰었고, 현재 호가가 15억원에 달한다.
김 사장은 “당연히 토지소유권까지 갖는 일반분양보다는 아파트를 되팔아 얻는 차익이 적겠지만, 그래도 수억원대 차익이 발생할 정도면 수분양자들도 만족할 만하지 않겠나”라며 “반값 아파트가 수요자들에게 인기 없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SH의 반값 아파트가 서울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을 돌파한 시점에서, SH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금액으로 아파트를 분양한다면 수요자들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회의적인 쪽에서는 “반값 아파트가 궁극적인 목표인 서울 주택 부족을 해결할 수 있으려면 ‘폭탄’ 수준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서울시와 SH공사가 보유한 가용 용지가 적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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