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년 간 나도 모르는 세무대리인이 떡하니 국세청에 공식 등록돼 있어서 황당했죠… ‘삼쩜삼’으로 세금 관련 조회를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들은 당장 홈택스에 가서 세무대리인 해임하세요.”
지난 25일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투자자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 등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면서다.
글 쓴 사람들은 대부분 삼쩜삼 이용자들로 보였다. 이들이 화난 이유는 국세청 홈페이지인 홈택스에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세무법인들이 세무대리인으로 등록된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삼쩜삼 측이 협력사인 세무법인들을 앱 이용자의 국세청 세무대리인으로 등록해 놓은 것이었다.
이용자들은 “세금 조회 한번 했을 뿐인데, 삼쩜삼이 고객들의 국세청 세무대리인으로 자사의 협력사들을 무작위로 등록하고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 측은 “서비스 활용 시 약관에 공지가 되어있던 사항이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무·회계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선보인 ‘삼쩜삼’은 복잡한 세금 신고 및 환급을 앱을 통해 손쉽게 처리해주는 세무·회계 대리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라이더나 아르바이트 등 개인 사업 소득자가 보통 ‘3.3%’의 원천세를 내고 급여를 받은 후 세금을 돌려받는데 착안해 이름 붙여졌다.
삼쩜삼은 2020년 5월 출시 이후 2년 만에 1000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1185만명으로, 누적 환급액 4892억원을 기록했다. 세금 환급액의 약 10%를 수수료로 받고 있어 해당 서비스로 누적 매출액이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세무사 도움 없이 간단히 세금신고나 환급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삼쩜삼의 행보를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삼쩜삼 이용자들이 자신의 국세청 세무대리인으로 삼쩜삼 측 협력 세무법인이 등록돼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면서다. 땅집고 취재결과 삼쩜삼과 연관된 세무법인은 '한결세무법인' '세무법인 스타밸류' 2 곳으로 확인됐다.
삼쩜삼 이용자들은 “간편하게 환급액 조회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삼쩜삼을 이용했는데, 나도 모르는 세무대리인이 등록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처럼 의뢰인과 세무대리인이 직접적인 세무대리 계약을 하지 않고 수임동의를 하는 경우, 수임동의를 받은 세무대리인이 납세자의 납세 관련 정보를 임의로 볼 수 있다는 것. 한 세무사는 “납세자 동의 없이 납세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본인의 정보를 허락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주민등록증을 분실한 경우와 거의 유사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용자들은 나도 모르는 세무대리인이 국세청에 등록돼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삼쩜삼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한 이용자는 “작년 10월 종합소득세 환급 절차와 환급액을 알아보려고 삼쩜삼 서비스를 이용해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소식을 듣고 확인해보니 10개월 가까이 세무대리인으로 지정하지도 않은 세무법인이 선정돼 있었다”며 “세무대리인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득정보, 민원증명까지 조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매우 거부감이 들었다”고 했다.
■ “삼쩜삼이 꼼수로 가입자 늘렸다”
현재 각종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삼쩜삼 쓰셨던 분 세무대리인 해임하세요’라는 제목의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함께 ‘삼쩜삼이 꼼수를 써서 가입자 늘렸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안은 내가 편할수록 허물어진다더니” “삼쩜삼 이용해서 연말정산이랑 소득공제 다 했는데, 통수 오지게 맞았네” “돈 준다고 광고할 때부터 느낌 쎄해서 클릭도 안했다” 등이다.
삼쩜삼 서비스의 개인정보 취급 문제가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만큼 이번 사태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납세자 동의 없이 납세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라며 “세무대리인의 경우 납세사실증명, 소득증명원, 과세표준증명원 등 납세사실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주민등록번호도 취득할 수 있어 이 같은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어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측은 “세금 부담액 및 환급액을 계산해야 하는 세무 대리 서비스 특성상 프로세스 중 대리인이 개입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다”며 "수임 동의의 경우 오롯이 환급 신고를 위한 비영리 목적으로만 활용했지만 관련 절차에 대해 고객에게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5월부터 신규 고객 대상으로 한 수임동의 절차를 전면 폐지했으며 기존 고객에게는 수임 동의 해지 절차 과정 안내를 강화했다"면서 "지난 4월에는 고객 정보 보안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보안업체와 협약을 진행하는 등 안전하게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재산세, 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올해 우리 집 세금 30초만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