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우리 아파트 청약하면 명품백, 명품지갑 드리겠습니다!”
건설사들이 청약자나 모델하우스 방문객 등을 대상으로 ‘경품 공세’에 나서고 있다. 명품 가방·지갑에 자동차 등 고가 경품까지 등장했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등 분양 상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4년여 동안 호황기를 누린 분양시장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분양하는 족족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지역마저 청약 성적이 저조하거나 미분양까지 발생하고 있는 추세다. 금리가 계속 올라 대출이 묶인데다, 집값이 꼭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분양시장 열기도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설사들이 청약자를 끌어모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수법으로 고가의 경품을 내세우고 있다.
■‘명품백·자동차·호텔 숙박권’ 경품으로…청약자 마음 움직일까
이런 고가의 경품을 내 건 분양 단지는 집값 하락세가 뚜렷한 대구시 등 지역에 몰려 있다.
DL건설은 경북 울주군 상북면에 분양한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의 미분양을 털기 위해 경품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달 12일 총 593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단 93명만 청약해 모든 주택형이 미분양됐다. 이에 DL건설은 청약 당첨자 및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여행상품권 100만원권(1등),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2등) 등을 추첨으로 증정하기로 했다. 앞서 분양이 ‘완판’ 되던 시기에 제공하던 경품이 커피 기프티콘이나 간단한 가전제품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경품 가액이 확 높아진 셈이다.
주거 상품 뿐 아니라 지식산업센터·상가 등 투자 목적의 부동산 상품 분양 시장에도 고가 경품이 등장했다. 대구 수성구에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 ‘수성 엘센트로’는 총 240실 규모인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업무시설이 많아 계약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제 경품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캐스퍼(약 2000만원)를 비롯해 스타일러(약 150만원), 다이슨청소기(100만원) 등이 경품으로 제시됐다.
청약 전에 고가 경품 이벤트로 청약자를 끌어모으려는 시도도 있다. 최근 대우건설의 ‘음성 푸르지오 센터피크’ 미분양 사태를 목격한 GS건설은 같은 지역(충북 음성군)에 ‘음성 자이 센트럴시티’ 공급을 앞두고 선제적 경품 이벤트를 계획한 것이 대표적이다. ▲1등 하나투어 여행상품권(300만원) ▲2등 제주 하얏트호텔 1박 2일 숙박권 ▲3등 엘리시안 강촌 1박 2일 숙박권 등을 내세웠다. 대한토지신탁 역시 오는 8월 경북 칠곡군에 분양하는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 웰리지’ 청약자를 대상으로 명품백·명품지갑을 추첨으로 지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따라 경품 가액도 천차만별…건설사 “미분양시 큰 손해, 경품에 돈 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동산 시장 경기에 따라 분양 관련 경품도 ‘수준’을 달리해왔다고 말한다.
분양시장이 호황일 때는 굳이 경품이라는 유인책이 없어도 청약자를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에, 되레 발코니 확장비나 각종 옵션 비용까지 고가로 책정하는 단지가 적지 않다. 2020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면서 인근 수도권 집값까지 상승세를 보이자, 경기 부천시에선 ‘부천소사현진에버빌’ 아파트가 전용 102㎡ 기준 발코니 확장비를 최고 1억4000만원에 책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지금처럼 집값 하락 조짐이 보이는 조정기에는 경품으로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어 미분양 물량을 줄이려고 고군분투하곤 한다. 실제로 과거 2010년대에도 미분양을 털기 위한 ‘명품 마케팅’ 대전이 벌어졌다. 2015년 충북 청주 강서택지개발지구에 분양한 ‘청주 블루지움 B910’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에르메스 버킨백을 비롯해 샤넬·루이비통 가방 등 고가 경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위례신도시에 공급한 ‘위례중앙역 아이에스 센트럴타워’ 상가는 계약자에게 몽블랑 지갑을 기념품으로 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으로 입는 손실이 아파트 한 채당 수억원에 달한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당장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데다가 추후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별도 마케팅 비용까지 드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 초기에 명품백·자동차 등 고가 경품을 써서 홍보하는 것이 오히려 금액적으로 이득”이라며 “실제로 고가 경품을 내세워 분양 홍보하면 ‘정말 청약하면 경품을 주는 것이냐’는 등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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