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몰이를 하며 각종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가 변호사로 활동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데, 에피소드 위주의 빠른 극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최근 방송분 가운데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우영우가 맡은 ‘토지 보상금 상속·증여’와 관련한 에피소드에 주목한다. 우영우의 오랜 친구 ‘동그라미’의 아버지인 ‘동동삼’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땅이 개발되면서 어마어마한 토지 수용 보상금을 받게 되고,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형 ‘동동일’·‘동동이’와 갈등을 빚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에피소드가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조우성 변호사가 지난해 출간한 저서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에서 소개한 사건의 전말을 땅집고가 재구성해 소개한다.
■막내가 물려받은 땅 5000평, 토지보상금 100억원…삼형제 몫은?
등장 인물은 첫째 김봉학, 둘째 김병학, 셋째 김영학 등 삼형제다. 2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인천시 강화군 땅 5000평을 막내인 김영학 단독 명의로 이전했다. 첫째인 김봉학과 둘째인 김병학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삼형제의 부모는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막내 김영학에게 땅을 물려준 것이다. 대신 매년 논에서 나온 쌀 20%를 형들에게 보내주고, 나머지는 직접 팔아 생계를 꾸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영학에게 ‘돈벼락’이 떨어졌다. 김영학 명의의 논 5000평을 포함한 강화군 일대가 개발지역이 되면서, 정부로부터 토지 수용 보상금 100억원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두 형이 김영학의 집으로 찾아와 각서 한 장을 들이밀었다. 각서에는 보상금을 첫째가 50%, 둘째가 35%, 셋째가 15%씩 나눠 갖는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영학은 “내 지분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형들은 “네가 이미 오랫동안 땅을 이용해왔고, 원래 상속법상 막내보다 형님들이 많이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며 “전문 변호사로부터 감수받은 것이니 문제 없다”고 우겼다.
■부당한 증여 계약 해제하려면?…“몇 대 맞으시면 됩니다”
형들의 부당한 압력에 결국 김영학은 각서에 서명하고 만다. 하지만 김영학의 아들 김제형이 해당 각서가 너무 불리하게 작성됐다고 판단해, 조우성 변호사를 찾아 검토를 부탁했다.
각서를 검토한 조 변호사는 김영학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독소 조항이 있음을 간파해낸다. ‘그동안 위 논을 활용해 농사를 지어온 김영학은 그 이익을 두 형들에게 반환한다는 의미에서 위 1항에 따른 금액 분배 과정에 발생하는 제세공과금을 전부 부담하기로 한다’는 조항이다.
토지보상금을 분배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 형들이 내야 할 각종 세금까지 김영학이 내야한다는 조항인데, 각서 대로라면 실제로 그가 가져갈 수 있는 보상금은 5억원도 채 안됐던 것.
조 변호사는 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이미 서명 날인한 문서를 무효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조 변호사는 김영학이 형들에게 폭행을 당하도록 유도해, 증여 계약을 해제하는 묘안을 제시했다. 증여를 받은 자가 증여를 한 자 또는 그 배우자나 아들에게 범죄행위를 한 때,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민법 556조를 떠올린 것이다.
조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김영학과 아들 김제형은 추석날 저녁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증여 계약서 내용의 부당함을 토로해, 형들에게 뺨을 맞고 장롱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그 결과 병원에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고, 관련 민법을 들어 증여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토지보상금을 한푼도 못 받을 위기에 처한 두 형은 김영학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 삼형제는 조 변호사 앞에서 다시 재산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보상금은 삼형제가 3분의 1씩 가지며, 제세공과금 역시 3분의 1씩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결과 김영학은 전체 보상금 100억원 중 세금 등을 제외하고 25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 변호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 “변호사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내도록 판을 짜는 사람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며 “100억원이라는 보상금은 형제들의 눈을 잠시나마 멀게 했지만, 묘한(?) 컨설팅 덕분에 공평하게 몫을 나누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것이 돌아가신 선친의 뜻이기도 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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