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성남시 재개발구역인 ‘수진1구역’이 지난 4월에 이어 또 한번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진1구역 토지 등 소유자들이 공사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또 한번 지연될 전망이다.
수진1구역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953 일대 26만1297㎡를 재개발 하는 사업이다. 지상 최고 15층의 아파트 5259가구와 오피스텔 312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토지 등 소유자는 총 2636명, 임대주택 880가구로 일반 분양은 약 1600가구로 예상한다. 지난해 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4년 관리처분인가를 계획하고 있다.
수진1구역은 민관합동사업 방식(순환형재개발)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한다. LH가 조합 대신 모든 개발 절차 진행을 주도하기 때문에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진 1구역은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시멘트와 철근 등 건설 자재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라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LH가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495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수진1구역은 3.3㎡당 공사비를 종전 금액(495만원)보다 15만원 올린 510만원으로 이달 22일 시공사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수진1구역에 입찰하고자 하는 시공사들은 지난 7일 오후 6시까지 시공사 확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사업시행자인 LH는 “지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된 데 이어 이번에도 유찰될 것에 대비해 현장설명회 이후 시공사들에게 10일 안에 사업참여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밝혔다.
수진1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확약서를 제출한 시공사는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시공사 선정이 유찰된 것이다. LH가 제시한 공사비(3.3㎡ 당 510만원)가 여전히 성에 안 찬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자재비 인상률이 40% 정도 가까이 되는데 공사비 인상률은 3% 남짓”이라며 “최근의 수도권 재개발 구역 3.3.㎡ 당 평균 공사비가 585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51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일련의 악재들이 시공사들의 사업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사비를 확정지을 수 없다는 것. 수진1구역 인근 이종호 홈즈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금리가 최대 얼만큼 상승할지를 알아야 수익률 도출이 가능한데 아직 건설사 입장에서 확정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진1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착공 시기까지 3년 이상 남은 만큼 최근 급등한 자재비로 공사비를 책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진1구역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인상하면서 철근, 목재, 구리 등 원자재 값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로 둔촌주공의 경우에도 원자재값이 떨어질 때까지 일부러 공사를 중단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며 “실제 수진1구역 착공시기는 빨라야 2025년으로 현재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대표회의는 LH와 협의해 이달 말 재입찰 공고를 낼 전망이다. 통상 시공사 선정이 같은 조건으로 2회 유찰되면 수의 계약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수진1구역은 바로 수의 계약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수진1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첫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서 제시한 평당 공사비는 495만원이었고 이번에 진행한 두 번째 입찰 공고문에서는 평당 515만원으로 금액자체가 변동이 되었으므로 이는 2회 유찰이 아닌 1회 유찰로 본다”며 “만약 이번에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면 수의 계약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진1구역은 지하철 8호선 수진역과 가까우며 아파트 완공 후엔 지하로 바로 이어질 전망이다. 8호선·수인분당선 모란역도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수진역에서 잠실역까지 20분 정도 걸리고 모란역에서 판교역까지 8호선이 연장되면 판교까지 이동 시간이 10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정초, 태평초, 태평중, 풍생중·고 등이 구역 반경 100m 이내에 있다. 이마트 성남점, 롯데시네마 등 상업시설 역시 1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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