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5월 110억원 신고가를 기록하며 ‘100억대 아파트’ 반열에 올랐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도 부동산 약세장에 자존심을 구겼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312㎡은 지난달 17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9일 같은 면적이 최고가 85억원에 거래된 지 8일 만에 5억원이나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공급이 제한적이라 ‘그들만의 리그’에 속했던 한남더힐도 버텨내지 못했다”며 “수요자들이 한정된 초고가 단지가 몰린 지역이라 해도 시장 전체가 하락 분위기여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남더힐은 2011년 옛 단국대 부지에 지하 2층~지상 12층, 32개 동, 총 600가구 규모로 지은 타운하우스다. 한남더힐은 대기업 오너일가와 정상급 연예인 등 고액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초호화 단지로도 유명하다. 주변에는 한남 나인원 등 고급 빌라와 주택이 다수 모여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해마다 전국 실거래가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 5월30일엔 전용면적 243㎡(3층)가 110억원에 거래되며 주목을 끌었다. 직전 실거래가 77억5000만원(2020년 10월)보다 무려 32억5000만원 오른 신고가였다.
한남더힐이 소재한 용산구는 한남동 같은 대표부촌이 모여있다. 그동안 한강변 일대 재개발·재건축도 추진 중인 알짜 지역으로 불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새 정부 대통령실 이전 호재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주도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7월 셋째 주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2%로 3월 셋째 주 이후 16주 만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20억원으로 올랐던 용산 주상복합단지 ‘용산파크자이’ 전용 162㎡도 최근 18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7월 매매가 대비 2억7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
이곳 뿐만이 아니라 거래 때마다 신고가를 기록하며 ‘집값 철옹성’으로 불리던 서울의 강남구 도곡동·개포동의 초고가 대단지들도 집값이 억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은 4주 연속 보합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마지막 주에 0.01% 떨어진 이후 3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의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97㎡는 지난달 6일 43억5000만원에 팔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같은 달 29일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를 찍은 지 한 달도 안돼 1억원 가량이 떨어진 것이다.
개포동 개포 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는 지난달 17일 19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최고가 22억4900만원 대비 2억9900만원 하락했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967㎡는 지난해 8월 23억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 5월 1억 4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용산 일대 초고가 대단지에 대한 ‘똘똘한 한채’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고가 아파트도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 114 리서치팀 연구원은 "강남, 용산 일대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도 시장 조정 장세 여파에 주춤한 모습이지만, 수요가 없지는 않아 시간을 두고 가격 회복이 빠를 수 있다”며 “다만 경기 위기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 하반기 정부 추진 정책 제도의 영향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돼 하락 거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린 땅집고 기자 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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