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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돈 되겠네" 시행사들 군침…'월곶 모텔촌' 주거타운으로 날아오르나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7.25 12:14

[땅집고] ‘모텔 밀집촌’이라는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경기 시흥시 월곶동 일대에 최근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곶동은 월곶~판교선이 지나고 신안산선 정차역과 가까워 교통 환경 개선 기대감이 있지만 기피시설로 꼽히는 모텔촌이 형성돼 있어 시흥시 내 다른 신규택지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다.

건설 시행사들은 오히려 이러한 점을 장점으로 보고 3년 전부터 이 일대 모텔들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땅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데다 주거지보다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업지라는 점 때문이다. 높은 용적률은 시행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이 일대 모텔촌이 사라지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면 판교, 광명을 비롯한 인천, 안산 등지에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땅집고] 경기 시흥시 월곶역 인근 공사 중인 오피스텔에 선착순 분양을 알리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다. /전현희 기자


■ ‘모텔촌 밀집’ 외면받은 월곶…‘저렴한 지가·상업지’에 시행사들 눈독

월곶포구에 형성된 월곶신도시는 1996년 17만평의 바다를 매립해 만들어진 지역이다. 시흥시는 당초 월곶을 놀이공원 ‘마린월드’, 100여 개 수산 관련 점포, 어시장 등이 들어선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월곶포구가 이미 포구기능을 상실한 데다, 놀이공원은 부도가 나면서 경륜장으로 바뀌고 상업시설이 있던 자리에 주거시설, 모텔촌, 조선소가 들어서는 등 난개발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 3년 간 시흥시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였지만 월곶동은 주거지 인근에 들어선 모텔촌 때문에 주택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땅집고] 월곶역 인근 아파트 사이에 모텔촌이 있다. /네이버 지도


하지만 최근 월곶동 모텔촌 일대가 주거 타운으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월곶동 일대는 모텔촌 3분의 1 정도가 이미 건설업체, 시행사 등에 매매됐고 현재도 거래가 진행 중이다. 실제 모텔촌 초입에 있는 A모텔은 지난 3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에스엠이앤씨가 매입했다. 면적은 2만5000여㎡ 규모로 청년주택과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에스엠이앤씨 관계자는 "청년주택은 전용 29~59㎡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청년들은 물론 탈서울 한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월곶역에서 보이는 모텔. /전현희 기자



월곶동 곳곳에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월곶동 A공인 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모텔 소유주들은 경영 수익을 내는 것보다 건물 시세차익을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건물을 팔고 있다”며 “2019년부터 이미 거래가 시작됐고 현재도 일부 업체에서 사업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 월판선·신안산선 개통 ‘호재’…판교, 인근 공단 배후수요지로 급부상

전문가들은 월곶동 일대가 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면서 높은 수익률이 예상돼 건설업계의 관심을 끄는 것으로 분석한다. 최병욱 집과사람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월곶역 모텔촌 일대가 상업지인 만큼 주거시설을 지을 경우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아 수익률이 높다”며 “게다가 향후 개발 호재로 수요가 몰릴 것에 비해 토지 시세가 상대적으로 낮다. 주택을 지을 경우 수익률 높아 시행사들의 먹거리로 낙점된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월곶판교선 노선도. /땅집고


실제 월곶동은 향후 주거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월곶역은 2026년 개통 예정인 월곶~판교선(월판선)이 지날 예정이다. 월판선이 개통하면 월곶역에서 판교역까지 이동시간이 30분 정도로 단축돼 판교업무지구 일대 종사자들을 수용할 수 있다. 이밖에 월곶역에서 5 정거장 떨어진 광명역을 지나는 신안산선이 2026년 개통 예정이다. 인근 광명테크노밸리 직원과 현재 안산 반월·시화공단 근로자들의 수요도 예상된다.

월곶동 B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시흥시는 수요 대비 선호도가 낮았을 뿐 주거환경이 개선되기만 하면 수요가 더욱 늘어날 지역”이라며 “4년 전까지만 해도 시흥 인구가 30만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장현지구, 은계지구, 목감지구 등 신규 주택지구가 들어서면서 현재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섰다. 월곶 또한 월판선 개통과 함께 주거 수요는 더욱 밀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텔촌이 들어선 상업지 일대 건물 시세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 대로변에 있는 대지면적 330~396㎡(100~120평) 모텔이 40억~46억원에 거래됐는데 2017~2019년 이 일대 건물이 20억~27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5배 가량 뛰었다. A공인 중개사사무소 대표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 상업지 3.3㎡(1평)당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현재 4000만원 가까이 된다”며 “월곶역 북측 폐염전지의 경우에는 아직 개발제한구역인데 개발 계획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올해 3.3㎡당 시세가 작년의 2배인 130만~140만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으로 위축하고 있는 만큼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다만 이 일대는 판교, 광명 뿐 아니라 인근 산업단지도 배후수요로 두고 있는 지역인만큼 실수요자 위주의 관심은 지속할 것으로 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월곶에는 오피스텔 등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주거시설이 들어설텐데 판교, 광명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 뿐 아니라 인천, 안산, 군포 등과 인근 시흥, 안산 단원구 반월 산업단지 등에 직장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지역”이라며 “특히 주거환경 개선을 막는 요소인 모텔촌이 사라지면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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