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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획 날개 달았다"…'최강입지'에도 외면받던 신당동의 용틀임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7.20 07:51
[땅집고]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대상지인 중구 신당동 236-100 일대. 골목길은 덩치가 작은 성인 여성이 혼자 걷기에도 갑갑할 정도로 좁다. 차량은 커녕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달릴 수 없을 정도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몇 년 전 살다가 도저히 못 살겠어서 아파트로 이사갔거든요. 주차가 아예 불가능하다 보니까 자식·손주들이 놀러도 못 와요. 요샌 세 들어오려는 사람도 없어서 손가락만 빠는 집주인이 진짜 많습니다.”(신당동 주택 소유자 최 모 씨)

[땅집고]신당동 저층 주거지 일대에 있는 쉼터에서 어르신 두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낙후한 주변 환경으로 원주민들이 떠나면서 동네에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나 베트남 등 외국인노동자만 남아 있다. /박기람 기자


14일 오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대상지인 중구 신당동 236-100 일대를 찾았다. 서울 사대문 안에 이런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열악했다. 신당역 7번 출구 ‘떡볶이 골목’에서 대로변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낡은 저층 건물들이 좁은 골목 앞뒤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향후 몇 년 후엔 이 동네 일대가 최고 35층 높이의 1400가구 매머드급 복합주거단지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이날 주민설명회를 열고 재개발 밑그림을 공개했다. 1호 선정지인 신림동에 이어 신통기획 대상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재개발 자체에 미온적이던 주민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땅집고]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대상지인 신당동 236-100 일대 위치도./박기람 기자


■신당역·청구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트리플 역세권’

신당동 236-100 일대는 구역면적 6만4166.5㎡ 에 제2종일반(7층), 제2종일반, 제3종, 일반상업 용지가 뒤섞여 있다. 건축물은 685동이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패턴·샘플·업체나 봉제공장 등 산업체 40여 개가 주거지와 뒤섞여 있다. 토지 등 소유자는 총 794명이다.

입지는 끝내준다. 2·6호선 신당역, 5호선 청구역,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포진한 트리플 역세권이다. 주변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동대문시장 의류 도·소매상권, 황학동 중앙시장 등 대형 인프라를 비롯해 청계천, 광희문 성곽 등 문화 자원이 있다. 모든 지역이 평지인 점도 입지적 장점으로 꼽힌다.

[땅집고] 신당동 주거지 일대에 전선줄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신당동 일대는 빌라보다 단독주택이 많아 관리가 더욱 안 되고 있다. 대로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2층 이상의 건물을 보기 힘들 정도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신당동 236-100 주택가에 있는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 전전날 쏟아진 장맛비에 아직도 물컵 등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물이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박기람 기자


■건물 80% 이상이 노후 불량…단기 외국인 노동자 거주지로 전락, 슬럼화 가속

주거 환경은 열악 그 자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 일대 건물의 82.6%는 노후 불량건물이다. 총 685채의 중 560여 채가 슬럼화 돼 건물 형태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재개발 추진위원회 측에 따르면 신당동 일대는 10채 중 8채는 단독주택이고, 1~2채는 빌라다. 통상적인 경우와는 반대로 빌라보다 단독주택 수가 월등히 많아 건물 관리가 잘 안된다.

주민 최 모 씨(67세)는 “우리나라 주거 인식이 높아지면서 원주민 대부분이 터를 떠나 세를 내놨다. 이 동네는 노인들 아니면 단기 거주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거주한다”며 “방을 험하게 쓰는 사람이 많지만 수리비 아까워서 방치된 방이 많다. 동네가 갈수록 슬럼화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땅집고]신당동 10구역 정비계획안 변화./서울시


■1400가구 복합주거단지로 대변신…2030년 준공 일정 더 앞당겨질수도

낡았던 신당동 일대는 완전히 탈바꿈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주민설명회에서 공개한 신통기획 계획안에 따르면 이 일대는 1400가구 규모의 역세권 복합주거단지로 변모한다. 작년12월 주민들이 제출한 사전타당성 조사 정비안보다 146가구 늘어났다. 주민안에 비해 주택용지, 정비기반시설은 늘고 공공임대는 326가구에서 320가구로 소폭 줄었다. 순부담은 8.3%에서 10% 내외로 약간 늘어난다.

시는 신당역세권 복합주거·DDP 연계 공공시설·녹지 확보 등에 주안점을 두고 계획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동대문패션산업을 배후로 둔 역세권 입지 특성을 고려해 저층은 상업용도로, 상층부는 중소형 공동주택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당동 일대는 과거부터 상가들의 반대가 극심한 만큼 사업미시행구역은 유연하게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여 부지를 확보한 뒤 공공기여로 공공임대 상가를 만들 예정”이라면서 “상가 건설 후 기부채납하면 저렴하게 운영해서 기존 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계획안을 짰다”고 설명했다.

[땅집고]서울시가 토지 등 소유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당동 236-100 일대 주민설명회. 300석 강당에 400명 가량이 모였다. 일부 소유주들은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거나 뒤에 빽빽히 서서 설명회를 들었다. /박기람 기자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절반이 넘는 소유자가 모여들었다. 일부 소유주 중에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판단을 보류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이창우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신당동 주택가는 오래 거주한 어르신이 많아 재개발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신통기획 선정 때도 외부 관심은 뜨거웠지만, 내부는 차분했다”며 “지금은 예상보다 많은 소유주가 설명회에 오는 등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일정은 2024년 6월 조합 설립, 2025년 6월 사업시행 계획인가, 2026년12월 관리처분 계획인가, 2030년12월 준공을 목표로 짜여 있다. 이 위원장은 “조합 설립(75%)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70%가까이 모은 상태”라면서 “구청이 제시한 목표보다 조합 설립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일정을 더 앞당기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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