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벽 쩍쩍 빗물 줄줄…"한화건설 발파공사에 집 무너질 판"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7.19 12:03 수정 2022.07.19 15:59
[땅집고] 인천 서구 가정동 '동우2차'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가고 일부 콘크리트가 탈락한 모습. 입주민들은 인근 '포레나 루원시티' 발파 공사가 시작되면서 균열이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입주민 제공


[땅집고] “한화건설이 1년 동안 진행한 발파공사 때문에 우리 아파트가 ‘누더기’ 신세가 됐습니다. 건물 외벽에 금이 쩍쩍 가면서 이번 장마 때 없던 누수가 생겼고요, 콘크리트가 지상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들 위로 뚝뚝 떨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한화건설은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니 억울해 미칠 노릇이죠.”

인천 구도심인 서구 가정동 일대를 재개발하는 ‘루원시티’ 사업이 인근 주민과 갈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공동2블록에 짓는 ‘포레나 루원시티’. 총 1128가구 대단지라 루원시티 핵심으로 꼽히는 아파트다. 올 12월 입주 예정이다. 시공은 한화건설이 맡았다.

[땅집고] 2020년 4월~2021년 4월 지하 발파공사를 진행한 '포레나 루원시티'와 1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1980년대 입주한 노후단지 5곳이 맞붙어있다. /이지은 기자


그런데 이 단지와 1차로 도로를 두고 북쪽으로 맞붙은 노후 아파트 5개 단지(▲동우1~2차 ▲성광 ▲현광 ▲한성 총 1134가구) 주민들이 “한화건설 때문에 우리 집이 붕괴 전조 현상을 겪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포레나 루원시티’를 지으면서 다이너마이트로 지하 발파공사를 진행했는데, 폭발 진동으로 아파트 곳곳에 심각한 균열·누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년간 발파로 인근 노후 아파트 5곳 균열·누수

[땅집고] 한화건설은 인천 서구 루원시티에 '포레나 루원시티' 아파트를 지으면서 지하 4층까지 파내려가는 발파 공사를 진행했다. /네이버 거리뷰


한화건설은 지하 4층까지 파내려가는 ‘포레나 루원시티’ 공사를 위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약 1년 동안 하루에 2회 꼴로 폭약 발파를 진행했다. 그런데 폭발 진동이 1980년대 입주한 인근 노후 아파트 5곳으로 전달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포레나 루원시티’와 주변 단지가 천마산 암반으로 된 지반을 공유하고 있는데, 발파할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이 지반을 통해 노후 단지 5곳에 지속적으로 가해졌다는 것. 이 때문에 아파트마다 건물 외벽·계단·내부 등에 금이 가는 등 균열이 생기고, 벌어진 틈으로 물이 새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땅집고] '포레나 루원시티' 발파공사가 시작한 후 인근 '동우2차' 아파트 외관 콘크리트가 탈락하면서 철근이 드러났다. /입주민 제공


[땅집고] '포레나 루원시티' 발파공사 영향으로 단지마다 외벽에 금이가고, 창문이 잘 닫히지 않고, 누수가 발생하는 등 피해를 겪고 있다. /입주민 제공


실제로 5개 아파트 외벽에 금이 가 있고, 콘크리트가 뭉텅뭉텅 떨어져나가 철근까지 드러난 곳도 보인다. 앞·뒤 베란다에 누수가 발생해 올해 장마 때 천장에서 물이 새는 피해를 겪은 가구가 적지 않다. 예전과 달리 창문이 잘 닫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가구도 여럿 있다.

동우2차에 거주하는 신지혜 피해보상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땅집고와 가진 통화에서 “1980년대 입주해 내진 설계가 제대로 안 된 아파트인데 천마산 암반 기반이라 비교적 튼튼해 안전진단에서도 B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한화건설이 발파 공사를 진행한 이후 외벽 콘크리트가 탈락할 정도로 균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30년된 낡은 아파트라지만 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콘크리트가 지상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에 떨어져 추가 피해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발파 공사 탓 아냐” vs. “납득 안돼…보상 안하면 입주 막을 것”

[땅집고] 한화건설은 인천 서구청에 보낸 공문에서 '용역 진행 결과 발파공사 영향으로 균열폭이 증가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화건설


가정동 5개 아파트 주민 민원이 빗발치자 한화건설은 지난 3월 인천 서구청에 해명 자료를 제출했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안전진단전문기관 ‘케이퍼엔지니어링’에 의뢰해 각 아파트에 발생한 균열에 대한 용역을 진행한 것이다.

한화건설은 보고서에서 “발파공사로 인한 각 아파트의 균열 폭 증가 사실이 없다”며 입주민들과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발파 공사를 시작하기 전과 후 5개 단지에 발생한 균열을 각각 측정했는데, 최초 조사기준 균열 폭이 더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단지 외벽에 추가로 발견된 균열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발파 공사 때문이 아니라 건물 노후화 및 동결 용해에 따른 미장박리나 철근부식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화건설 측은 인천 서구청에 보낸 공문에서 “민원 내용은 주관적 의견으로 판단된다”며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또는 법원 판단 등에 의한 피해사실이 확인된다면 보상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땅집고] 인천 서구 가정동 노후아파트 5곳 입주민들은 지난 5월부터 한화건설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입주민 제공


가정동 5개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반발하며 인천 서구청과 ‘포레나 루원시티’ 현장에서 발파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한 입주민은 “30년 넘은 오래된 아파트여서 금이 가는게 당연하므로 발파 공사 영향은 전혀 없다는 한화건설 측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천 서구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 입장 차가 워낙 커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지혜 대표는 “인근 아파트는 폭약 발파로 슬럼화시켜 놓고 새 아파트를 지어 입주시키겠다는 한화건설 측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한화건설이 피해를 입은 5개 단지 입주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오는 12월 ‘포레나 루원시티’ 정문에 드러누워서라도 입주를 틀어막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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