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월세로 내몰리는 무주택자들…'한국판 셜록' 늘어난다

뉴스 글=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입력 2022.07.17 09:58
[땅집고]영국 드라마 '셜록'./조선DB


[땅집고] “군인연금으로는 런던에서 못 살지.” “넌 런던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걸.”

2010년부터 방영해 글로벌 메가히트를 기록한 영국 드라마 ‘셜록’ 속 대사다. 이 드라마는 셜록 홈즈와 그의 조력자인 존 왓슨이 영국 런던의 비싼 월세를 내기 위해 동거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치솟는 월세값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거를 택하는 현실판 홈즈와 왓슨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한 집값 때문에 평범한 소득으로 서울에서 내집마련을 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현대인이 대다수다. 작년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영끌족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늘었고, 임차인은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생계가 불안하다.

[땅집고] 위드코로나가 시작하면서 월세가 전세계적으로 오르고 있다. 뉴욕 월세도 전년 동기 대비 19% 올랐다. /그림=김도원 화백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작년 5월 전체 임대차 계약 중 43.0%에 그쳤던 월세 비중이 올해 2월에 52.5%로 전세 비중보다 많다. 5월엔 전체의 57.4%로 비중이 더욱 커졌다. 세부 지역별로 보면 전년도 5월에는 관악구와 금천구 2개의 지역구에서만 월세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올해 5월엔 양천구와 은평구, 2개의 지역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월세 비중이 더 높아졌다. 특히 비교적 아파트 비중이 낮은 관악구의 월세 비중은 69.5%, 동대문구는 66.5%로 비(非)아파트의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빠르게 나타났다.

월세화가 빨라지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지역 외에도 주택 유형 및 가격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을 수록전세가에 비해 월세가가 높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는 고가주택이나 아파트일수록 낮고, 저가주택이나 원룸, 다가구 주택 등은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진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땅집고]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박상훈 기자


정부도 이에 대비해서 최근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 인상한 상생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세입자들에게는 전세보증금 대출한도와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해 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늘어나고 있는 1~2인 가구뿐만 아니라 중대형 면적 등 다양한 주택 수요를 반영한 양질의 공급이 적정 수준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임대주택의 일정 부분 개보수를 지원해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은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부문의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주요 임대주택 공급자로 육성해야 한다. 민간 주택 임대 사업이 활성화돼 있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정부의 지원 속에 대기업 형태의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 건설과 관리 등에 폭넓게 참여한다.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영세한 임대사업자가 소규모로 임대주택을 운영하는 것보다 대규모로 임대하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단위 주택당 임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시장은 완전한 실수요 시장으로 전셋값 증가나 빠른 월세화 전환 등의 불안한 요소는 임차인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주거 불안은 삶의 질마저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거시적인 안목으로 시의적절한 공급과 제도를 통해 임대차 시장이 조속히 안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정리=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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