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관광객이 봉이냐? 휴게소에 주차비가 말이 되냐?’
지난 5월 강원 평창군 대관령휴게소. 식당·카페·편의점 등이 입점해있는 주차장 맞은편 건물에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평창군으로부터 대관령휴게소 운영을 위탁받은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이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주차비를 걷겠다고 공표하자, 이 일대 상인들이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반대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 조례 제정을 통해 대관령휴게소 방문객들을 상대로 주차비를 징수하기로 했다. 승용차·승합차·2톤 이하 화물차라면 기본 주차료(30분 이내)로 600원을 받는다. 10분 초과할 때 마다 200원씩 추가된다. 5시간 이상 1일 주차라면 6000원을 내야 한다. 다만 10분 이내로 주차하는 방문객들에 대해서는 요금을 받지 않는다.
수도권 도심에선 주차비가 1시간에 만원 이상인 곳이 수두룩한 점을 감안하면,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이 책정한 대관령휴게소 주차비가 비싼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통상 고속도로 휴게소가 방문객들에게 주차비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인들과 방문객들이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상인들은 “10분만 있어도 주차비를 받는 휴게소에 누가 오고 싶어하겠느냐”고 반발한다. 휴게소 이용객들이 주차비 부담없이 자유롭게 머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핫바나 소떡소떡 등 각종 식음료가 팔리고 점포의 매출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근의 휴게소들이 주차비를 받지 않는데 왜 유독 대관령휴게소만 주차비를 걷겠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편다.
평창군시설관리공단측은 “대관령휴게소가 공적인 ‘휴게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며 “현재 이용 실태를 고려하면 관리비 등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에 주차요금 징수가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한다. 2001년 영동고속도로를 직선화한 새 도로가 생긴 이후로 대관령휴게소 바로 앞에 있던 도로가 지방도로가 돼 휴게 목적 방문객이 확 줄었다는 것. 그 빈 공간을 캠핑이나 차박을 하는 인근 대관령 등산객이나 양떼목장 관광객들이 차지하면서 장시간 주차가 늘고, 이들이 버린 쓰레기 등으로 관리가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주차비 논란으로 갈등이 깊어지자 평창군시설관리공단이 먼저 한 발 물러난 상황이다. 지난 6월 초 기존 10분이던 무료주차를 1시간까지 늘려주겠다고 밝힌 것. 대관령휴게소 운영을 담당하는 평창군시설관리공단 관광시설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영주차장에 적용하는 최소 요금제기 때문에 현재는 주차비 관련해서 불만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평창군이 대관령휴게소 명칭에서 앞으로 ‘휴게소’를 제외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대관령휴게소에서 벌어진 주차비 갈등 사태를 접한 네티즌들 의견은 정반대로 엇갈린다. “아무리 적은 돈이지만 휴게소에서 주차비를 걷겠다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기 가보면 왜 주차비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갈거다. 캠핑족·차박족들 때문에 화장실은 개판이고, 온 사방이 쓰레기 천지다. 주차비를 받아서 휴게소를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공단 측 의견이 더 논리적이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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