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투자자 무덤됐다"…'생숙 투매' 들불처럼 번지나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7.15 07:45 수정 2022.07.18 10:47
[땅집고] 부산에서 분양했던 한 생활형숙박시설 내부 모습./조선DB


[땅집고] "이젠 피(프리미엄) 깎아먹기 경쟁이라도 붙은 것 같아요. 입지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프리미엄이 증발했다는 말까지 돌 정도예요. 투자가치 높다고 모여들던 생활형 숙박시설이 투자의 무덤판이 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과 달리 규제가 없어 대체 투자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와 잇따른 금리 인상, 공급 과잉 여파가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계약이 속출하고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면 생숙 시장은 그야말로 혹한기가 불어 닥쳤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이 강해질수록 비(非)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아 ‘생숙 투매’가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규제 피해 뭉칫돈 몰린 생숙 시장…작년 수백대 1 단지들 속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처가 막혀버린 뭉칫돈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생숙으로 몰리면서 생숙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청약 경쟁률은 신기록을 세우고, 분양 시장 역시 활발했다.

특히 생숙이 시장의 주목받은 데는 아파트와 달리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끌어내면서 작년에는 평균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는 생숙 단지들도 나타났다. ▲ 충북 청주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 862대 1 ▲서울 강서구 ‘롯데캐슬 르웨스트’ 657대1 ▲부산 해운대구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 455대1 ▲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 356대 1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 224대 1등이다.

[땅집고] 생활형 숙박시설 및 오피스텔 규제 상황./조선DB


생숙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중장기 숙박시설로 호텔과 오피스텔을 섞어 놓은 상품이다. 통상 생숙은 원룸·투룸 형식의 가벼운 수익형 상품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에 대해 세금·대출·청약자격 등에서 촘촘한 규제가 이어지자, 건설업계에선 생숙을 아예 주택을 대체하는 틈새 상품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사례가 늘었다.

[땅집고] '힐스테이트 라군 인 테라스 2차'가 들어서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일대 모습. 주변이 공단과 나대지로 둘러싸여 있다./박상훈 기자


■ 주택시장 침체에 공포감 확산…수분양자들 ‘생숙 투매’ 도미노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다르게 청약과 매매 등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꺾이고 있는데다,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단지들의 수분양자들도 시장 공포감에 처분에 나서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현대건설이 지난 4월 안산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라군 인 테라스'(554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숙인데다 메이저 건설사가 분양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단지는 계약 직후 미분양율이 30%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생숙인데도 주변 위락 시설이나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그렇다고 분양가가 싼 것도 아니어서 애초부터 이 돈이면 아파트를 청약하겠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전망이 좋은 로얄동·호수가 아닌 나머지 호실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갔다가 1000만~2000만원 정도를 손해보더라도 처분하고 나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유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생숙 계약 직후 분양권을 전매하겠다는 글들이 눈에 띈다. 지난 6월 별내의 한 생숙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는 계약 직후인 29일 전매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2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절반은 같은 단지 수분양자들이 전매를 하겠다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벌써 전매를 해요!? 너무 비싸다 했더니” “이런 위험한 걸 누가 삽니까… 분양가가 아파트보다 비싸고 주차장 적고 관리비 비싸고” “오늘 당발일(당일발표일)인데… 모델하우스에 파리만 두마리가…”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밖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젤시그니티’ 등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무피 또는 급매로 팔겠다는 글을 다수 올린 상태다.

■ “생숙, 시장상황에 민감…양극화 심화에 따른 투매 러시 주의”

전문가들은 생숙은 아파트와 같은 장기 보유 목적이 아니라 주력 상품이 아닌 틈새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가 나빠지면 투매 현상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는 등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 시점에서 단기성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생숙은 아파트에 비해 시장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숙 분양 시장은 아파트보다 규제를 덜 받아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해 분양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경우도 많았다”며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생숙시장도 양극화가 심화돼 입지가 좋은 곳은 수요가 몰리는 반면, 상대적으로 열위한 입지에 높은 가격에 생숙을 분양받은 청약자들은 분양가 이하로 매물을 던지는 이른바 마이너스피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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