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세종시 34평 아파트 분양가가 평균 4억원대일 때, 큰맘 먹고 8억원대 집을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전 점검 갔더니 누수 때문에 바닥에 흙탕물이 들어오는 등 ‘부실공사 덩어리’ 단지더라고요. 분양가는 두 배로 비싸면서 시공은 이렇게 엉망인 집에 입주하라니 말도 안되죠.”
이달 말 세종시 해밀동 6-4생활권에 입주 예정인 ‘라포르테 세종’ 타운하우스. 최고 3층, 18개동, 총 127가구 규모인 블록형 단독주택이다. 2020년 분양 당시 34평(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7억6000만~8억5000만원 수준으로, 같은 해 ‘세종 한림 풀에버’ 아파트가 4억원대에 분양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쌌다. 고분양가였지만 세종시에 타운하우스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평균 청약경쟁률이 38.85대 1을 기록했다. 시공은 종합건설기업인 건영이 맡았다.
그런데 지난 6월 이 단지 사점점검을 진행한 예비입주자들은 깜짝 놀랐다. 가구별 전용공간인 지하 창고에 누수가 발생해 외부 흙탕물이 유입된 것.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했던 것과 실제 시공이 다른 부분도 한두 군데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단지 외벽·난간·창틀 색상이 달라지고, 옥상·테라스에 적용하기로 한 타일 자재가 사전 통지 없이 변경돼 있었다.
■“모델하우스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예비입주자들은 지난달 진행한 사전점검 결과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 22곳 ▲미시공·부실시공된 부분 51곳 등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먼저 단지 외벽 마감재가 달라진 점이 눈에 가장 띈다. 당초 분양 홍보물에서는 외관이 회색빛을 띠었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니 베이지색으로 시공됐다는 것. 모델하우스에선 흰색이었던 난간과 두겁석(난간벽 상단에 올리는 돌판)은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주택 내부에도 시공 변경된 부분이 여럿 발견됐다. 거실 아트월에는 모델하우스에선 찾아볼 수 없던 걸레받이가 생겼고, 벽면과 딱 붙어있던 계단은 벽면으로부터 10㎝ 떨어져 시공했다. 이웃 세대와 벽으로 완전히 분리해야 하는 후면 테라스 공간에선 벽 높이가 다소 낮았다.
예비입주자들은 무엇보다 누수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용 공간으로 쓸 수 있는 지하 창고에 외부 흙탕물이 유입될 정도라는 것. 전기 단자함에서도 누수 흔적이 발견돼 전기 콘센트까지 물이 들어가 감전사고 가능성도 우려된다.
예비 입주자 중 토목시공기술사인 배철순씨는 땅집고와 가진 통화에서 “지하 창고를 점검한 결과 누수와 결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시공사인 건영은 단순 결로라고 주장한다”며 “합동점검일 당시 건영이 지하창고 누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알콜 난로에 불을 피우고 선풍기를 틀면서 단지 내 습기를 줄이려고 시도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건영 “공사 지연돼 하자처럼 보이는 것”
시공사인 건영은 예비입주자들이 지적한 부분이 명백한 시공 하자라기 보다 공사가 다소 지연돼 시공이 다 끝나지 않아 하자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영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화물차 연대 파업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물류 보급이 지연돼 공사가 다소 늦어졌다”며 “공사가 미흡해 보일 수는 있지만 입주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부실 시공과 미시공 부분은 물론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시공한 부분을 전면 재시공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분양가가 8억원에 달하는 주택인 만큼 그에 걸맞게 제대로 해달라는 주장이다. ‘라포르테 세종’ 예비입주자 단체는 지난 6월 23일 건영의 부실공사 해결과 세종시의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건영이 재시공을 실시하지 않는 이상 오는 7월 말 입주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이달 ‘라포르테 세종’ 3가구의 벽체 중 3곳을 무작위로 골라 해체한 뒤, 장마철 강우에 따른 누수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는 경우 오는 27일로 예정한 준공검사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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