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시원을 운영하는데, 한 입실자 방 문을 열었다가 경악해서 입실료고 뭐고 당장 퇴실시켰습니다. 지린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가 바글바글한데….”
최근 고시원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에 자신을 고시원 원장이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한 20대 여성 입실자가 쓰고 간 방 사진을 공유하며, 단기 임대계약이 대부분인 고시원을 운영하면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A씨는 “진상 입실자는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우리 고시원에서도 나왔다. 항상 입실료 밀리고 닦달하면 그때서야 겨우겨우 내던 입실자였는데 여름이 되니 그 방 주변에서 너무 냄새가 심했다”면서 “문을 열어 방을 확인하고 경악해서 입실료고 뭐고 당장 퇴실시켰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문제의 입실자는 내창형 미니룸에 입주했다. 내창형 고시원의 경우 창문이 복도 쪽으로 나 있어 상대적으로 채광이나 환기에 불리하다. A씨는 “방 근처에서 유독 우유와 생선 썩은내가 진동했는데, 냄새가 점점 전층으로 퍼졌다”며 “(문을 열어보니) 입실자가 1년 동안 시켜 먹은 배달 음식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리지 않고 쌓아놓았다. 방에서 대소변을 봤는지 지린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방을 가득 채운 쓰레기와 벌레를 전부 치운 상태다. 청소 후 악취가 덜 나긴 해도 아직 냄새가 방에 배어있는 바람에 문을 못 열 정도라고 전했다.
A씨 경험담을 본 B씨 역시 서울 노원구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며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지난 5월 방을 심하게 어질러놓고 간 입실자가 있었다. 퇴실 후 방을 치우는 데 재활용 봉투 30개, 일반 쓰레기봉투 10개가 나왔다”며 “바퀴벌레도 한 삽 나왔다”고 했다.
이처럼 ‘진상 입실자’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본 고시원 원장들이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고시원의 경우 아파트나 빌라와 비교하면 임대차계약 기간이 짧은 편이다. 짧게는 수 일 단위로 계약 가능한 곳도 많다. 만약 고시원 원장이 세입자에게 방을 빌려주면서 임대차계약서나 입실계약서를 작성했다면, 계약서에 적혀 있는 원상복구 의무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입실자가 집을 엉망으로 만든 후 잠적했다면, 세입자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방을 계약 당시의 모습대로 원상복구하라고 요청하면 된다.
다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고시원 특성상 별도 계약서 작성 없이 입실자를 들이는 경우 많아 고시원 운영자가 입실자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면 소송 제기나 내용증명 발송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고시원 임대수익률이나 승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세입자가 방을 엉망으로 만들고 야반도주하기 전에 입실자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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