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여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약 3조원 규모 경기도 용인시 역삼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조합원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폭력 사태로까지 번졌다. 신임 조합장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이 전임 조합장이 있는 사무실 점거를 시도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역삼지구는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 363 일대 약 70만㎡(21만평)으로 사업 규모만 3조원에 육박한다. 용인시청 앞에 위치해 용인 최고 노른자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지구단위결정 고시를 거쳐 2017년 환지계획인가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12일 열린 임시총회가 발단이었다. 이날 총회에서 박성호 조합장이 새로 선출됐다. 그러나 원종남 전임 조합장은 총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조합원으로 등록한 일부가 시행사인 서해종합건설 사주를 받고 신분증과 위임장 등을 불법으로 도용했다는 것이다. 원 조합장 측은 “시행사인 서해종합건설이 내세운 인물은 조합장 자격이 없고 불법으로 조합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원 조합장 측은 박 조합장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에 냈다. 반면 박 조합장 측은 “임시총회에서 원 전 조합장이 해임됐음에도 인수인계 거부로 조합 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어 조합 사무실을 접수하기 위해 물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구 조합장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지만 정작 현재 역삼지구 조합장은 올 3월 총회에서 선출된 A씨가 맡고 있다. 그는 직무정지 상태인데도 조합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조합장만 3명이 있는 셈이다. 한 조합원은 “조합을 장악하려는 사업자와 이익을 챙기려는 일부 조합원이 계속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가처분을 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사업이 20년 넘게 지연돼 선의의 조합원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역삼지구 조합원은 현재 377명이다.
용인 역삼지구 도시개발사업은 환지 방식으로 추진된다. 환지 방식은 사업 시행 이전 토지 등 소유권을 사업 후 조성한 토지 등에 이전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금전으로 보상하는 수용 방식과 달리 헌 땅을 받아 정비된 새 땅으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역삼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17년 8월 환지계획인가가 났기 때문에 자금이 준비된 사업자는 조합과 협의 후 즉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 조합 측은 세금·운영비 등 매몰비용과 지장물·현금청산자 보상 등을 고려하면 최소 1000억원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환지계획인가 이후에도 시행사, 대행사, 조합 간 갈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삼지구 시행·시공을 추진하려던 서해종합건설은 지구 내 체비지 1001억원에 대한 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조합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인허가권자인 용인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최근 “역삼지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했다. 용인시는 일단 민간사업인데다 조합 내분과 관련한 일이라고 판단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용인시에 따르면 현재 역삼지구 조합 관련 소송만 200여건에 달한다. 시행사와 조합 간 분쟁, 전·현 조합 집행부간 갈등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중에는 조합장 선출과 관련한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 5건이 포함돼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조합 내 세력 다툼이 법원을 통해 빠르게 정리돼야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선 조합 대표가 누구인지를 빨리 가려내야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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