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파트에 수영장 설치 뭐 어때!"…자칫 무너질 수 있다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7.12 14:00 수정 2022.07.12 14:19
[땅집고]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잔디가 깔린 공용 공간에 한 입주자가 대형 이동형 수영장을 설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요. 아파트 1층 공용 공간에 멋대로 대형 에어바운스 수영장을 설치하지를 않나, 철거 요구도 무시하고….”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입주한 A아파트,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지난 6월 34평(전용 84㎡)이 8억9900만원에 팔려 동탄신도시에서도 집값이 비싼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최근 이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B씨가 단지 내 공용공간에 대형 에어바운스(공기를 불어 넣어 만드는 이동식 놀이터) 수영장을 무단으로 설치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사진을 보면 에어바운스 수영장은 가로가 아파트 한 세대 길이에 맞먹으며, 높이는 아파트 1층 창문을 다 가릴 정도로 상당하다. 자녀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부모는 수영장 옆 별도 천막을 설치한 뒤 그늘 아래에서 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땅집고] 이동형 수영장을 철거하면서 한꺼번에 물을 버리자 하수구가 막히는 상황도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광경을 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측은 에어바운스를 설치한 주민에게 철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입주민 B씨는 “오후 6시까지 꼭 해야겠다”며 철거 요청을 무시한 뒤, 오후 7시쯤 에어바운스를 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에어바운스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많은 물을 버리는 바람에 하수구가 막혀, 아파트 잔디밭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완전 민폐 끝판왕이다. 저런 부모 밑에서 배우는 애들이 불쌍하다”, “물 무게가 만만치 않은데 잔디가 다 죽었겠다. 하수구 막힌 비용, 잔디 복구 비용을 전부 청구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땅집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공용공간을 개인이 무단으로 점유하면 불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복도·계단·주차장 등 공용 공간을 개인이 점유해 독점적으로 쓰는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조언한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아파트 공용공간은 구분소유자 전원의 공유에 속하기 때문에 한 입주자가 정당한 권원 없이 공용공간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했다면 다른 입주자 권리를 침해하면서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 1호에는 아파트 각 공간을 사업계획에 따른 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주민처럼 공용공간을 수영장 등으로 사용한다면 불법인 셈이다.

[땅집고] 아파트 발코니 하중 기준과 간이 풀장 하중 비교. /조선DB


일각에서는 아파트에 물을 가득 담은 에어바운스를 설치하면 안전 문제도 우려한다. 현행 건축법에는 아파트 등 건축물에 대한 적재 하중 기준을 정하고 있다. 건축 구조물 자체 무게를 제외하고, 구조물 바닥에 가해지는 사람과 물품 무게를 더해서 책정한다. 이 때 그 무게가 바닥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을 넘으면 건물 누수나 균열 원인이 되며 심각한 경우 붕괴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한 빌라에 거주하는 C씨가 옥상에 간이풀장을 설치하고 물을 8톤 정도 받아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옥상 바로 아래 5층에 사는 주민이 ‘천장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 구청 안전진단 결과 옥상 바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결국 보강공사를 해야 했다. 당시 공사비 견적이 무려 1억8000만원이었다고 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물이나 석재 등 부피 대비 질량이 큰 물질의 경우 보기보다 과도한 무게가 가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여름철마다 아파트 발코니 등에 개인 풀장을 설치하는 속칭 ‘홈터파크’가 유행인데, 안전을 고려하면 야외 바닥에 설치하는 것을 권한다”고 했다.

에어바운스를 설치해 물의를 일으켰던 입주민 B씨는 온라인을 통해 사진이 퍼지면서 문제가 커지자 다른 입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과문에서 “공용시설의 의미를 정확히 몰랐던 무지한 생각으로 이런 사태를 발생시키게 됐다”며 “입주민의 공분을 산 점, 아파트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입주민이 이번 사건으로 아파트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해 긴급회의를 열고, 조치 사항 8가지를 공고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고문에서 ▲각 언론사·커뮤니티·유튜버와 접촉해 게시글 삭제 요청 ▲문제 세대 소환 및 사과문 게시 요청 ▲물놀이장 설치로 인한 구조물 하중에 대한 안전점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변호사 자문 진행 ▲입주민들에게 단지 내부 사건 외부 유출 자제 등 각종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윤석열 정부 들어 재산세·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올해 우리 집 세금 30초만에 확인



화제의 뉴스

'더스카이시티 제니스&프라우 상업시설' 본격 분양
용산~강남 연결 지하도로 건설…'용산 중심시대' 교통대책에 3.5조 투입
태영건설,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조직개편 단행
"호가만 22억이었는데"…분당·일산 선도지구 탈락 단지서 매물 '우수수'
1기 신도시 투자 전략 "꼭 선도지구만? 입지 보고 매수 판단 필요"

오늘의 땅집GO

1000가구 유령단지 위기…청약 경쟁률 0.03대 1 나온 '이 아파트'
"2025년 초 하락장, 2026년 공급절벽…부동산 상급지 입성 막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