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60년 가까이 묶여있는 서울 남산 일대 고도 제한이 올 연말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2040서울도시기본계획’(2040서울플랜) 공청회에서 고도지구, 남산 주변 높이 규제 완화 여부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한강변 층수제한 완화와 더불어 도심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인 고도지구 제한 완화에 주목하고 있다.
■강남은 쑥쑥 올라가는데…남산 일대 주민들 “재산권 침해”
서울에서 최고고도지구 규제를 가장 세게 받는 남산 일대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60년 가까이 남산 고도제한 규제에 묶여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지역에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용산구 후암동·한남동·이태원동, 중구 장충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남동 주민 이기호씨는 “한강 맞은편 강남은 높이 제한 없이 용적률을 높게 받아 고층 아파트를 다 짓고 있는데 강북 남산 일대는 제한을 받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남산이 서울시민을 위한 산이라도 해도 정작 그 아래에서 오래 지역을 지킨 주민들은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는 남산과 북한산, 국회의사당, 서초동 법원단지 등 8개 지역이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있다. 최고고도지구는 건축물 높이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남산 일대에서는 최고 높이를 36m 이하로 제한한다. 남산과 가까울수록 고도지구 규제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재개발·재건축은 일반적으로 높게 올려야 사업성이 좋아지는데 최고고도지구에 묶이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남산 일대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이지만 개발이 지지부진해 주거지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50년 발목 잡은 규제, 전향적 검토 필요
서울시는 1965년부터 최고고도지구 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다. 2014년 남산 일대 고도지구 규제에서 층수 제한은 풀었지만 높이는 유지해 층수 제한 폐지의 실효성을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주민과 정치권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를 내세워 고도지구 지정을 풀어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건 없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고도지구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도심 주택 개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건물을 높게 올릴 수 없으면 용적률이 떨어져 개발 수익을 내기 어렵다. 서울시내 고도지구로 묶인 곳은 총 8곳. 면적으로 922만2300㎡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295만㎡)의 3.2배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고도지구와 경관지구를 재정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높이 규제에 대한 재검토 차원에서 발주한 용역 결과는 내년 11월쯤 나올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4월 어린이대공원 일대 고도지구 제한을 풀었듯이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지역은 시대 흐름에 맞춰 개정될 수 있다”며 “다만 남산·북한산 주변은 목적성이 명확하고 경관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은 수평적 확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고도지구와 관련해 천편일률적인 규제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면서도 “서울시민이 누리는 남산 경관에 대한 가치와 상충할 수도 있어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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