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 5월 평당 200만원에 ‘올 수리’(전면 공사) 인테리어를 계약했어요. 올해 초까지도 평당 100만원 수준이라 망설였는데 앞으로 값이 더 뛴다고 해서 급하게 특약을 걸어 계약했습니다. 속은 쓰려도 어떡하겠어요. 오늘이 제일 싸다고 생각해야죠.”(30대 서울 직장인 이진혁씨)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들어 주택 인테리어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주택 거래량 감소, 엔데믹 시대 인테리어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겹친 탓이다. 인테리어 비용 상승으로 업자와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인테리어를 포기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고, 업체들은 일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
한샘이 땅집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내부를 전부 뜯어고치는 올수리 기준으로 올해 인테리어 비용은 전년 대비 평균 20% 가량 올랐다. 당장 목공·필름·타일·도배 등 고난도 기술을 가진 시공기사의 2022년 시공비는 전년 대비 15~20% 상승했다. 아울러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 등 인테리어에 자주 쓰는 원부자재는 평균 구매 단가 역시 2019년 대비 20~40% 급등했다.
올 5월 인테리어 계약을 진행한 이진혁씨는 “샷시 가격만 2000만원이 든다. 작년 초까진 1000만원 초반대였는데 세 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이미 급등한 인테리어 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금은 인테리어하기에 최악의 시기”라면서 “집값이고, 인테리어 비용이고 다 올랐다. 내 집 마련, 인테리어 모두 물 건너갔다”고 했다.
인테리어 업계도 죽을 맛이다. 인천지역 인테리어 업체 디자인티제이의 김재임 대표는 “연초까지만 해도 한 달에 6~7건은 수주했는데, 비용이 급증하면서 6월부터 한 달에 1~2건 수주하기도 힘들다”면서 “견적 문의는 가끔 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매우 드물다”고 했다. 실내건축 전문회사인 AT얼론투게더의 최한희 대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운임·식대 등 일반 관리비까지 덩달아 올라 공사를 해도 손에 떨어지는 이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형 인테리어 업체도 고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샘, 현대리바트, LX하우시스 등 대형 인테리어 회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60.2%, 70.3%, 76.4% 감소했다. 한샘 관계자는 “신기술과 신공정을 도입해 생산·공급 경쟁력을 높여 추가 가격인상 압박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동산 프롭테크업체 알스퀘어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유리와 철 등 주요 원자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인테리어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재산세, 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바로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