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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아파트 천장서 물 줄줄…거실에 세숫대야 놨습니다"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7.08 07:35
[땅집고] SH가 서울 서초구에 공급한 장기전세주택 '서초네이처힐3단지' 거실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입주민이 바닥에 비닐장판과 세숫대야를 놓아뒀다. /입주민 제보


[땅집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한 지 내년이면 10년째입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매년 누수 문제 때문에 고생했어요. 올해에는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니 거실에 물난리가 나서 바닥에 비닐과 세숫대야를 깔아뒀을 정도입니다.”

SH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공급한 ‘서초네이처힐3단지’ 장기전세주택. 최고 19층 17개동, 총 1424가구 대단지인데 이 중 582가구가 장기전세주택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까지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장기전세주택이란 서울시와 SH가 주변 전세금 시세의 80% 이하에 공급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장기전세주택 '서초네이처힐3단지'. /네이버 부동산


20대 남성인 A씨는 ‘서초네이처힐3단지’ 장기전세주택에 2013년 입주해, 할머니와 함께 올해 9년째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매년 비가 올 때마다 천장과 벽면에서 누수가 발생해 큰 불편을 겪어왔다. 지금까지 관리사무소와 SH에 누수 문제를 여러차례 전달하고, AS(하자보수) 신청도 잊지 않았다. 그 때마다 SH측은 벽지를 교체하고 천장에 우레탄 방수처리를 했지만, 근본적인 수리가 아니었던 탓에 해마다 누수 문제가 되풀이됐다.

올해는 장마가 유독 길고 강수량도 많아 문제가 더 커졌다. A씨 주택 거실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새기 시작한 것. 천장에서 바닥으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해 거실 바닥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세숫대야까지 놓아뒀다. 벽면은 축축하게 젖어 언제 곰팡이가 피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

A씨는 “지난 9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장기전세주택에 살면서 누수 때문에 많이 답답했다”며 “SH 하자보수 직원으로부터 ‘(서초네이처힐)3단지에서 누수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다. 우리 집이 유독 심하지만, 입주민 중 누수 문제를 겪고 있는 비율이 적지 않다고 짐작한다”고 했다.

[땅집고]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네이처힐3단지' 거실 천장에 누수가 발생해 바닥에 놓아둔 세숫대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입주민 제보


[땅집고] '서초네이처힐3단지' 거실 벽지가 온통 젖어 있을 정도로 누수 문제가 심각하다. /입주민 제보


A씨의 경우 SH도 누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정해 이달 5일 동호수 변경과 이사비 170만원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A씨 사례를 비롯해 장기전세주택에 살고 있는 경우 시공 하자와 누수·단열 문제와 관련한 거주 후기가 여럿 공유되면서, 장기전세주택 품질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SH가 중산층 주거난 해소 대책으로 장기전세주택 제도를 강화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역세권에 짓는 장기전세주택 용적률을 기존 500% 이하에서 최고 700%까지 완화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35층 규제도 폐지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것.

[땅집고] 서울시와 SH는 2026년까지 장기전세주택 총 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서울시와 SH 계획대로 장기전세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경우 서울 임대차시장 불안이 일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서초네이처힐3단지’에서 누수 하자로 불편을 겪었던 A씨 사례처럼 저품질 장기전세주택을 짓는다면 공급 대비 효용이 떨어질 수 있고, 임차인 불만만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 형태로 공급하다보니 SH가 짊어지는 손해도 크다. SH는 2015~2020년 임대주택 사업으로 총 2조2307억원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장기전세주택 손실이 1조2143억원으로 전체의 54.2%를 차지한다.

SH는 앞으로 일반 분양주택과 비슷한 양질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SH 관계자는 “일단 ‘서초네이처힐3단지’ 입주자 A씨의 경우 같은 단지 다른 주택으로 동호수를 변경해주기로 합의했고 이사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며 “장기전세주택을 저품질로 짓는다는 것은 오해다. 처음 공급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단지에 있는 장기전세주택과 분양주택에 똑 같은 마감재를 쓰는 등 품질에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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