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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분양 아파트 2배 폭증…집값 본격 하락 징조?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7.06 07:17
[땅집고] 2010년 서울의 한 아파트 외벽에 아파트를 특별 할인분양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근 서울에서 미분양이 터지자 약 10년 전처럼 집값 하락기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DB


[땅집고] “‘청약 불패’라던 서울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한 달 만에 2배 넘게 늘었다고요?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집값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최근 경기·인천 중심으로 ‘집값 하락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에서도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는 분양받기만 하면 무조건 오른다고 생각한 수요자들이 ‘묻지마 청약’에 나서면서 분양 단지마다 줄줄이 완판 행진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땅집고] 2022년 서울 미분양 아파트 가구수 추이. /이지은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총 688가구로, 전달(360가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1월까지만 해도 47가구에 불과했는데, ▲3월 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 순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 5월 서울 미분양 주택 수는 2019년 3월(770가구)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다.

미분양 주택의 절대 수치가 너무 적어 당장 시장을 위기 상황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미분양 제로 상태를 3~4년 동안 이어오던 서울에서 5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주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청약 불패’ 서울에서 미분양이 점점 늘고 있다면 곧 집값이 하락할 조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서울 미분양 전달보다 2배 늘어…일부 단지 할인 분양도

[땅집고] 올 5월말 기준 서울 자치구별 미분양 아파트 단지와 물량. /이지은 기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 서울 미분양 아파트는 11개 단지, 총 688가구다. 구(區) 별로 보면 강북구가 332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마포구 245가구, 동대문구 69가구, 강동구 33가구 순이다.

개별 단지로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미분양이 많다. 강북종합시장 재정비사업으로 짓는 아파트로 지상 15층, 3개동, 총 216가구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까지 걸어서 10분 걸리는 역세권이면서 후분양이라 입주가 6월로 빠른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3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이후 3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도 전체의 89%(193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결국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에서 10~15% 정도 할인 분양하기로 했다. 부동산 침체기던 2009~2010년 이후 서울 아파트가 분양가를 깎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땅집고]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분양하는 '칸타빌수유팰리스'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할인 분양을 실시하고 있다. /분양 홈페이지


한화건설이 강북구에 공급한 ‘한화포레나미아’도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다. 총 285가구인데 이 중 13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달 초 무순위청약을 진행했지만 당첨자 절반 정도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같은달 29일 다시 청약자 모집에 나섰다.

서울 핵심 업무지구인 광화문·여의도 출퇴근이 편리해 맞벌이 부부 선호도가 높은 마포구에도 미분양이 있다. 신세계건설이 노고산동에 공급한 ‘빌리브 디 에이블’인데, 총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됐다. 건물 한 채가 통째로 미분양된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분류상 도시형생활주택인데 거실과 방 2개인 아파트 설계를 적용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파트 미분양과 큰 차이가 없다. 동대문구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강동구 ‘경지아리움’ 등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미분양 대부분 ‘나홀로’ 단지와 도생…집값 하락 전조?

그동안 아파트 미분양은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서 주로 발생했다. 대구의 경우 올해 미분양 주택이 6500가구를 돌파해 1년 사이 10배 급증했다. 서울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조정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아파트 미분양 증가세가 곧바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강남권에서 공급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면 집값 폭락 신호탄으로 볼 수 있겠지만, 현재 미분양이 나는 단지는 강북·관악구 등 외곽으로 단지 규모도 100~200가구 정도인 나홀로 아파트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땅집고] 미분양 물량이 245가구에 달하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 디 에이블'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지은 단지다. /분양 홈페이지


미분양 단지의 또 다른 공통점은 분양가가 너무 비쌌다는 것.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후분양 단지나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34평(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1억5003만원으로 인근 ‘래미안트리베라 2차’가 10억5000만원에 팔린 것보다 1억원 정도 비쌌다. 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 디에이블’은 20평대에 불과한 전용 46~49㎡ 주택을 13억6650만원에 분양해 “이 돈 주고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형석 미국 IAU 교수는 “현재 상황만 보면 서울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곧장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다만 공급이 충분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 발생하는 미분양이라면 집값 하락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비싸게 분양해 미분양이 발생하면 시장 심리도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며 “적당한 미분양은 시장의 기능이 작동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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