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투자자 싹 몰려왔다니까요"…갑자기 타오르는 군산 집값

뉴스 군산=이지은 기자
입력 2022.07.05 15:13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⑨지역경제 무너졌던 군산, 올 6월 이후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라고?

[땅집고] 지난 6월 18일 진행한 군산시 '군산 신역세권 한라비발디 센트로' 미계약물량 현장 방문 무순위 청약 접수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군산시민 제공


[땅집고] “지난달 중순쯤 군산역 인근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미계약분을 모델하우스에서 추첨으로 분양했는데, 소위 ‘줍줍’을 잡겠다고 군산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가 몰려들어 난리가 났지요. 대기표를 더 받겠다고 아수라장이 되는 바람에 경찰까지 와서 뜯어말리고…. 공시가격 1억 이하 아파트도 갭 투자자들이 싹 쓸어담았죠.”

지난 4일 전북 군산시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군산 집값이 이렇게 살아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군산은 2017년 이후 지역경제가 암흑기를 거치면서 집값이 안 떨어진 아파트가 없을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었다. 2017년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이듬해 GM대우 군산공장까지 철수하면서 당시 1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 여파로 군산 집값도 매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땅집고] 지난 10년간 전북 군산시 아파트값 상승률 추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하다가, 2020년부터 집값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지은 기자


하지만 긴 침체기를 겪던 군산 집값은 2020년 인근 전주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이른바 ‘풍선효과’로 집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각종 개발 호재까지 겹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지난달 둘째 주부터 3주간 군산 집값 상승률이 0.61%로 전국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재가동…새 아파트 실수요자 몰려

군산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군산 집값이 반등하는 이유로 ▲주택 공급 부족 ▲일자리 회복 ▲개발 호재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17년 7월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현대중공업이 내년부터 공장 재가동을 결정했다. 현재 군산공장 신입·경력사원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조선업이 호황으로 돌아서면서 일감이 급증한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선박 74척, 해양플랜트 3기 등 총 147억4300만달러(약 19조125억원)를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 166%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재가동으로 일자리가 늘고 지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땅집고] 2017년 7월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중공업이 내년 재가동을 결정하고 6월 말부터 군산공장 신입 및 경력 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 곳곳에서 개발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 호재다. 먼저 신도시 개발사업이 꼽힌다. 기존 페이퍼코리아 공장이 있던 조촌동 부지에 ‘디오션시티’가, 군산 기차역 인근에 ‘군산 신역세권’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국토교통부가 총 사업비 8077억원 규모로 군산에 새만금국제공항을 짓는 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자 ‘적어도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겠다’고 판단한 군산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나 분양권 매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경기 침체를 거치는 동안 군산에선 새 아파트 분양이 사실상 끊겼다. 2019년 2곳이 분양했고 2020년에는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신규 주택이 부족해 새 아파트 매수세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입주한 조촌동 ‘e편한세상디오션시티2차’(423가구)가 대표적. 이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2020년 9월까지만 해도 3억5500만원에 팔렸는데, 올 3월 5억48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군산디오션시티푸르지오’ 84㎡도 지난 5월 5억원에 2건 거래됐다.

[땅집고] 지난 6월 '군산 신역세권 한라비발디 센트로' 미계약물량 현장에 방문한 청약자들끼리 싸움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중돼 경찰이 출동했다. /군산시민 제공


[땅집고] '군산 신역세권 한라비발디 센트로'는 결국 무순위청약 현장 접수를 없던 일로 하고 청약홈에서 다시 청약을 받기로 했다. /분양 홈페이지


신규 분양 시장도 뜨겁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군산 신역세권 우미린 센텀오션’과 올 3월 ‘군산 신역세권 한라비발디 센트로’가 모두 1순위 청약 마감했다. 2019년 ‘디오션시티 더샵’이 당해지역 1순위 마감에 실패했던 것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군산시 조촌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한라비발디 센트로’의 경우 지난 6월 미계약 물량을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추첨으로 공급했는데 청약 인파가 몰려 시행사가 가설 천막까지 설치했다”며 “미계약을 차지하려고 싸움까지 벌어지자 경찰이 출동했고 결국 시행사가 현장 계약은 없던 일로 하고 인터넷으로 접수했던 해프닝도 있었다”고 했다.

■집값 이미 많이 올라…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이 변수

[땅집고] 올해 4~7월 전북 군산시에서 매매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나운동 '세경' 아파트 전경. /이지은 기자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주택에 몰리는 투자수요도 군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행 세법상 다주택자라도 공시가 1억원 미만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취득세 중과가 면제되는데, 군산 일대에선 실거래가 1억원 미만 아파트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비규제지역인 군산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최고 60%(무주택자는 70%)까지 허용돼 매매대금을 마련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군산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아파트 상위 3곳은 ▲나운동 세경(59건) ▲미룡동 미룡주공3단지(49건) ▲나운동 주공5단지(44건) 순이다. 모두 입주 20년 이상이면서 20평대 기준 실거래가가 1억원 초반대 이하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5000만원대에 팔리던 세경(2002년 입주·1186가구) 54㎡는 지난 5월 8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룡주공3단지’ 59㎡는 지난해 6월 8400만원에서 올해 6월 1억2300만원으로, 1년 만에 집값이 46% 넘게 올랐다.

[땅집고] 전북 군산시 일대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주택 집값 상승 추이. /이지은 기자


박귀석 스카이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외지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거 유입됐다. 주로 법인에서 대량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고, 부동산 투자 카페에서 모여 관광버스를 대절해 몰려온 개인 투자자들도 있었다”며 “최근에는 투자 열기가 좀 잠잠했는데, 전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계속 묶이면서 비규제지역인 군산에서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각에선 갭투자 수요로 집값이 오르는 저가주택을 제외하면 올 하반기 군산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산에서 34평(전용 84㎡) 아파트값이 5억원을 돌파한 것도 유례없는 상황인데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기는 부담스런 상황이다.

조촌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디오션시티 대장 아파트가 5억4000만원대로 신고가를 찍었는데, 최근엔 5억원 초반대에 급매로 나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군산 평균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전반적인 거래 상황을 보면 보합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땅집고 자문단은 “그동안 군산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새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디오션시티나 군산 신역세권 등 신도시에 신규 분양이 줄줄이 계획돼 있어 공급 과잉 여부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군산=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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