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에서 경매로 나온 무허가 주택을 21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의 7200%에 낙찰받았던 투자자가 갑자기 잔금 납부를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감정가 640만1000원이었던 이 경매 물건은 4억6499만8000원(감정가의 7264%)에 낙찰됐다.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 입찰에 부쳐졌는데 건물면적은 22.5㎡(6.8평)다. 하지만 지난 3일 낙찰자 A씨가 끝내 잔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물건은 한 경매 전문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 유망 물건으로 소개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실제 입찰 당일 해당 경매 물건에는 21명이 응찰했다. 이 물건은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백사마을에 있는 무허가 건물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투자자가 몰렸던 것.
백사마을은 현재 사업시행인가 단계로 올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착공해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26㎡인 무허가 단독주택 시세가 4억5000만원으로 낙찰자 A씨는 현재 입주권 시세에 맞춰 낙찰가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이 매물은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서울시 도시및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르면 2003년 12일 30일(권리산정기준일) 이후 토지나 건물 중 하나만 취득할경우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백사마을 조합 관계자는 “만약 A씨가 입주권을 받으려면 나중에 땅도 같이 매입해야 한다”면서 “이번 건물 낙찰가격 자체가 이미 시세와 비슷해 토지까지 매입하면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게 되는 셈이어서 낙찰자가 포기한 것 같다”고 했다. 경매에서 잔금을 미납하면 낙찰자의 권리는 사라지고, 해당 물건은 재경매에 붙여진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지역에서 나오는 경매물건은 입주권 획득이 목적인만 입찰 전에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최병욱 집과사람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는 "경매 대상 물건 소유자가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해놓은 상태인지,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지도 확인해야 한다"며 "소유자가 조합원 분양 신청을 해놓지 않았다면 투기과열지구에서 관리처분인가 이후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입주권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무허가 건물은 원칙적으로 입주권을 받기 어려운 매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무허가 건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무허가건축물확인원이나 항공사진 등으로 1989년 1월 24일 당시 존재하던 무허가건축물임을 입증할 것 ▲현재 무허가건축물의 소유자임을 입증할 것 ▲조합 정관에 특정무허가건축물에 조합원 자격과 분양자격을 부여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포함돼 있을 것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 등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무허가 건물은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과거 무허가 건물이 너무 많아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둔 것일 뿐”이라며 “무허가 건물 매입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반드시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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