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내가 내 집에서 담배 피우겠다는데, 왜 자꾸 남보고 이래라 저래라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호소문’(?)이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 호소문은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흡연자 입주민 A씨가 그의 담배 냄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다른 이웃들을 상대로 작성한 것.
호소문에서 A씨는 “내 집에서 담배를 핍니다. 그런데 밤마다 베란다에서 욕을 하고. 피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공공주택에서 배려라는 게 없나”라며 “아이들 있는 집은 이사를 가시던지 하면 되지, 왜 자꾸 남보고 이래라 저래라냐”고 했다. 이어 그는 “일자무식들이라서 법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발코니·화장실 등 전용 부분은 금연을 강제할 수 없다’ 되어 있다. 당신들이 뭔데 법을 초월하려고 하나. 법대로 살자”고 적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 사건까지 날 정도로 이웃 간 갈등이 심각한데, 층간소음만큼 괴로운 것이 ‘층간냄새’다. A씨의 행동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베란다나 환풍구 등을 타고 다른 집으로 담배 냄새가 다 퍼지면서 이웃들이 피해를 입는 만큼, 서로 배려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A씨가 ‘법적으로 아파트 전용부분에서 금연을 강제할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는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적지 않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 2에는 입주자들은 발코니·화장실 등 세대 내 흡연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권고사항이다. 담배를 피우는 이웃을 적발해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못된다.
2018년부터 아파트 관리 주체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가 담배 냄새로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는 입주자에게 흡연 중단을 권고할 수 있고, 세대 조사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담배 냄새가 정확히 어느 집에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적발하더라도 아파트 관리인이 강제로 흡연세대에 들어갈 수 없다.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실내에서 흡연을 자제하라’는 안내 방송하거나, 엘리베이터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 경고문을 붙이는 정도가 최선인 셈이다.
단지 자체를 ‘금연 아파트’로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정한 아파트를 말한다. 단지를 금연아파트로 지정하기 위한 입주민 과반수 동의를 받고, 지자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아파트로 지정받을 수 있다. 금연아파트에서 흡연하는 경우 1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금연아파트에도 허점은 있다. 공용공간만 단지 내 금연 구역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각 세대 내부에선 금연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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