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리포트] 불법 숙박업 천지로 변한 광안리 일대 오피스텔, 직접 가봤더니…
[땅집고] 지난 6월26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앞 A오피스텔. 오전 11시가 되자 젊은 남녀들이 캐리어를 끌고 우르르 오피스텔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피스텔 후문으로 나가 쓰레기를 버리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거나 ‘하’ 번호판이 달린 렌터카를 따고 떠났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로 운영 중인 주거용 오피스텔을 이용한 여행객들로 퇴실시간에 맞춰 나온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미국에서 시작한 숙박공유 스타트업이다.
후문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따라가 보니 재활용 박스엔 소주와 양주 등 50여개의 술병이 가득 차 있었다. 1시간가량 오피스텔 출입문 앞에서 지켜본 결과, 오피스텔을 출입하는 10명 중 7~8명이 에어비앤비 이용객이었다.
부산 해운대 일대 오피스텔 에어비앤비가 호텔이나 모텔을 압도하는 숙박시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현행 법상 ‘오피스텔 에어비앤비’는 모두 ‘불법’이라는 것. 하지만 오피스텔 소유자는 물론 이용자도 별 관심이 없다. 정부도 오피스텔 에어비앤비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단속이나 처벌은 하지 않는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소위 ‘재수 없는’ 사람만 처벌받는 셈이다.
해운대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이용자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서울에서 여행왔다는 정모씨는 “에어비앤비는 호텔보다 저렴하고 일반 숙박업소와 달리 취사와 세탁기 사용이 가능해 가정집 같은 편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그의 여자친구 김모씨는 “에어비앤비는 후기도 많아서 참고하기도 좋고 파티룸처럼 이용도 가능해 여자 친구끼리도 놀러온다”고 말했다.
광안리 일대 에어비앤비는 주중1박 기준 10만원대에 이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해수욕장에서 건물을 바라보니 테라스에는 파라솔, 캐노피 등 인테리어용 가구도 눈에 들어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오피스텔을 스튜디오처럼 꾸며 젊은이 눈길을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직접 오피스텔 건물에 들어가 봤더니, 출입구는 원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출입이 가능하지만 에어비앤비 손님처럼 비정기적으로 오가는 경우가 많아 상시 개방했다. 출입문 옆에는 부산 수영구청이 불법 숙박업 운영 경고 안내문을 붙여 놓았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광안리 오피스텔 12곳서 ‘불법’ 에어비앤비 성행
광안리 해안가 1km를 따라 에어비앤비 형태로 운영 중인 오피스텔은 땅집고가 확인한 곳만 10곳이 넘었다. 대부분 광안리 해수욕장과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바다 조망이 좋다. 수영구청은 총 12개 오피스텔에서 전체 3000호실 중 약 80%에 해당하는 2400호실이 에어비앤비로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광안리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부업으로 삼고 있다는 직장인 최모(38)씨는 “성수기에 한 달에 적어도 2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공유숙박업 관련 법규는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에어비앤비 영업은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 등에서만 가능하다. 주인이 같은 집에 사는 경우 방 1~2칸을 빌려주는 형태만 가능하다. 지자체에 따라 2~3층 주택에 집 주인이 다른 층에 같이 살아도 공유 숙박업을 운영하면 불법으로 보는 곳도 있다. 오피스텔이나 원룸도 현행 법상 숙박업이 금지돼 있어, 에어비앤비도 불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에어비앤비가 가장 인기 있는 형태는 오피스텔이다. 광안리 뿐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오피스텔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광안리 일대 오피스텔 내 에어비앤비 중 구청에 정식으로 숙박업을 신고하고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심지어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운영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 동의 없이 민박업을 하는 행위 역시 불법전대에 해당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에어비앤비에서 숙박업 등록이 안 된 호스트들도 플랫폼 이용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 문제”라며 “실거주와 투숙객을 구분해 파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최근엔 불법 공유숙박이 기업형으로 발전해 우후죽순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수영구청이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다. 광안리의 오피스텔 에어비앤비를 모두 단속했다가는 관광객이 끊기고, 숙박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피스텔·주상복합 공사판 해운대…불법 에어비앤비 타깃되나
업계에서는 해운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해운대 명소 구남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건축이 한창이다. 총 10개 사업장 중 4개가 용적률 900% 이상으로 지상 40층 건물을 짓고 있다. 시행사들이 2~3년전 부동산 호황기에 부지를 매입해 짓고 있다.
불법 운영 중인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호스트가 사업자등록이 안돼 있고 보험 가입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과세 측면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는 내지만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과세 당국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부당 이득을 올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탈세로 세무조사를 하거나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업의 경쟁자인 기존 숙박업계에선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의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숙박업 미신고 상태에서 불법영업하는 에어비앤비를 규제하는 방안을 5년 넘게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숙박업계의 이런 주장이 과거 택시업계가 집단행동으로 ‘타다’를 고사시켰던과 행태와 비슷하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공유숙박업계에선 기존 법 체계가 사회변화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보고,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관계자는 “호스트 의무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고, 불법 영업형태는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계도할 것”이라며 “다만 현행 법체계가 공유숙박업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 있는 측면이 많아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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