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올해 경기도 광명시에선 총 1만5000여 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편 때까지 분양을 미뤄온 단지에서 대규모로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광명시에서 분양이 이뤄지면 서울시 공급난이 일정 수준 회복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올 하반기 민간 분양 예정 단지는 총 4만269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권에서 광명시가 총 1만5568가구 규모로 압도적인 물량을 차지했다. 철산동 광명철산 8·9단지 재건축 자이(3804가구)와 광명동 광명 2구역 ‘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 광명1R구역재개발(3585가구) 등이 있다.

광명시 내 정비사업 조합 중 일부는 정부의 분상제 개편안이 발표된 후 분양 속도를 앞당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명시 집값이 하락세인 데다 앞으로 정비사업지에서 나올 분양 물량도 많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어 광명 사업장에서도 다들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광명 ‘탈출 러쉬’…새 아파트 수억원씩 ‘뚝뚝’

광명시 아파트값은 지난 3~4년간 크게 올라 주목받은 지역이다. 경기도 지역 중 과천과 함께 지역번호 02번을 쓸만큼 서울이 가깝고 강남을 오가는 전철 7호선, KTX광명역 등으로 교통도 편리하다. 몇몇 새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인 15억원(84㎡ 기준)에 육박했다. 과도하게 시세가 비싸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됐다. 신축 단지인 철산동 ‘철산센트럴푸르지오’ 84㎡는 작년 15억5000만원에 팔려 대출 금지선을 넘어섰지만, 올해는14억6000만원에 거래돼 1억원 정도 떨어졌다. ‘철산래미안자이’ 84㎡는 지난해 13억원에 팔렸다가, 올해 4월엔 11억5000만원에 거래돼 1억5000만원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2억6000만원에 거래된 ‘철산푸르지오하늘채’ 같은 주택형은 8000만원 하락해 올해 5월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에선 실거래가나, 온라인 상 나온 가격대보다 더 낮은 가격에도 급매가 나온다고 말했다. 광명시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들어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도 많고 급매도 많다보니, 집주인들이 많게는 2~3억원씩 낮게 매물을 내놓기도 한다”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광명시 김동옥 다온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 5월 새 정부 취임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고 난 이후 그동안 많이 오른 집값 차익을 실현하려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매수자들이 원하는 가격대까지는 떨어지지 않아 급매가 아니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제도 개선 무작정 못 기다려”…광명 정비 사업지 대부분 ‘연내 분양’ 목표

이에 광명시 재정비 사업지에선 올해 안에 반드시 분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이 기대한 수준보다 낮아 달갑지 않지만, 기간을 끌어 비용만 낭비하는 최악의 사태는 방지해야 한단 설명이다. 게다가 수도권에선 3기 신도시 사업 등이 속도를 내고 있어, 시간을 더 끈다고 해서 사업성이 더 좋아질 보장도 없다.

광명 뉴타운 사업지는 올해 3월 12구역을 끝으로 총 11개 구역이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마쳤고, 이 중 지금까지 3개 구역(광명 14·15·16구역)이 분양해 1곳(광명16구역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이 입주를 마쳤다.

오는 10월 분양을 앞둔 광명1R구역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구역 분양가는 3.3㎡당 2450만원으로, 4%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가격이 낮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제도 개선을 기다리는 것도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선안을 놓고 적기에 분양할지, 좀 더 연장할지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재건축 단지인 철산주공8·9단지 조합 관계자 역시 “되도록이면 연내 분양하는 것을 목표로 분양가 심사를 받아보려고 한다”며 “분양가를 시세의 80%까지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낮아 실망스럽지만, 그럼에도 분양을 무기한 늦추긴 어려울 것 같아 조합원들과도 분양에 대해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광명 2구역은 조합 내부 분쟁이 심해 올 하반기 분양이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명시의 경우 광명뉴타운 내 첫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사업지인 광명2구역이 분양가 책정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으면서 나머지 구역들도 분양을 미뤄왔다. 광명2구역은 광명시가 일반분양가 상한을 3.3㎡(1평)당 2000만6112원으로 책정한 것에 반발해 시와 조합이 큰 갈등을 겪고 조합장이 해임된 상황이다.

당초 조합이 제출했던 금액보다 3.3㎡당 250만원가량 깎였기 때문이다. 인근 신축 단지 시세는 3.3㎡당 3700만∼4500만원 수준으로 조합원들이 "시세의 절반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광명2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분양가에 대해서도 논의를 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광명 집값이 계속 하락하면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간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 많은데 7만가구 3기 신도시도 예정…광명시 하락, 언제까지 이어질까

광명시는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량도 많다. 일단 속도가 가장 빠른 광명 뉴타운만 연내 분양단지를 포함해 2만3000가구가 재개발 사업 마무리 단계에 놓였다. 광명 옥길동, 노온사동과 시흥시 일대 1271만㎡ 땅에는 7만가구 규모를 수용할 3기 신도시도 예정됐다. 광명시 동쪽에 있는 철산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추진돼 광명시 주택가 전체가 정비사업을 진행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제경 투미컨설팅소장은 “올해는 광명시 이외에도 경기권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고, 광명시의 경우 뉴타운 사업 구역들이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마쳐 당분간 공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광명은 준서울이라 불릴만큼 입지가 우수하고, 정비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에 만성적인 공급부족이 지속한다면 일정 시간이 지나 집값이 회복될 여지도 남아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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