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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규제'에 '공급 폭탄' 투하…광양, 날개 잃은 추락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6.27 07:35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④전남 광양, 미분양 관리지역 해제 2개월 만에…다시 미분양 무덤 되나

[땅집고] 전남 광양중흥S클래스 모델 하우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지난 21일 전남 광양시 중마동 동광양중마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한 뒤 20분 가량 걸으니 와우지구 ‘광양중흥S클래스’ 아파트 공사 현장이 나왔다. 이곳 반경 50m 이내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외에 건축물이 없었다. 모델하우스에는 ‘미계약분 선착순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정부는 2020년12월 광양시 집값이 단기간에 오르고, 분양시장이 과열되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후 광양시 분양시장은 급격하게 얼어 붙었다. 그러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12월 광양시를 조정대상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미분양 위험이 크다며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광양시에 중첩된 규제가 적용된 데다 공급 물량이 늘어나자 기축 아파트값 마저 하락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광양 자체 공급이 많을 뿐더러 주변에 대체할 만한 주거지가 많아 쉽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 미분양관리지역·조정대상지역 지정 중첩 규제에 날로 침체하는 광양 부동산 시장

전남 광양시는 여수시 북측, 순천시 서측 경계와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광양 제철소와 협력업체가 대규모로 들어선 공업도시다. 광양시는 여수, 순천과 접하는 지역이지만 이들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2017년부터 2021년 말까지 집값이 상승세가 지속했다.

전세 수요도 많아 오래된 아파트까지 매매가격이 올랐다. 광양시 중마동 ‘성호1차’는 전용 59㎡가 2017년 4500만~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020년 9월 8500만원까지 올랐다. 중마동의 강남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여수산업단지 공사가 시작하면서 근로자들이 산업단지 인근 저렴한 주거지를 찾다보니 광양까지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창 공사가 활발할 때에는 숙박시설이 꽉 들어차서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광양시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11월 이후 집값이 하락 전환해 26주째 내림세다. 실제 준공 30년 넘은 아파트는 물론 준공 5~10년차 신축 아파트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중마동 ‘성호1차’는 2020년 9월 전용 59㎡가 8500만원까지 올랐다가 작년 11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5000만~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6년 입주해 중마동의 대표 단지로 꼽히는 ‘광양e편한세상’ 전용 84㎡도 2020년 3억44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지난달 2억7900만원에 팔리며 6500만원(19%) 떨어졌다.

[땅집고] 전남 광양 미분양 가구 수 추이. /아실


미분양도 급증세다. 지난 4월 기준 총 1266가구로 전국 3위다. ▲와우지구 중흥S클래스833가구 ▲황금지구 광양한라비발디센트럴 마크239가구 ▲마동지구 동문굿모닝힐맘시티66가구 ▲덕례지구 서희스타힐스 39가구 ▲포스코 더샵광양 베이센트6가구 등이다. 더샵프리모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동문 디이스트의 경우 1명이 2~3개씩 분양권을 사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웃돈이 아예 사라지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피’(분양가보다 낮은 가격)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인구는 줄어드는데 계속되는 공급

현지에서는 금리 인상과 오랜 기간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등 일반적인 요인 외에도 광양시 인구·가구 수 대비 단기간 공급량이 많아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광양시의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광양시는 2020년까지 인구 수 28만명을 목표로 도시개발을 추진했다. 총 9개 신규택지지구에 3만 8500여 가구에 10만 4,000여명이 들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현재 광양시는 인구 15만명으로 목표치 대비 절반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제철 산업의 경기가 악화하면서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광양시 전체 인구도 감소한 것이다.

[땅집고] 광양중흥S클래스 공사현장. /전현희 기자


인구유입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 때문에 임시로 거처를 옮겨서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유효 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인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중마동 인근 강남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A씨는 “광양시의 세대 수가 소폭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정착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변에 공단도 많고 건물 공사 현장도 많아 공장 노동자들이 전입신고하며 임시로 인구가 늘어났다가 근무지를 옮기면서 전출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양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주택 경기가 악화된 요인 중 하나다. 광양시 미분양이 늘어난 시점을 살펴보면 지난해 10월로 와우지구에서 중흥S클래스가 분양하면서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이 단지 904가구 중 883가구가 미분양이나면서 미분양 총 가구 수가 늘어났다. 실제 같은 와우지구에서 분양한 동문 디이스트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1114가구 중 미분양 가구 수는 66가구에 그친다. A씨는 “이 단지는 광양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2020년 7월 분양했다”며 “두 개 단지가 주요 생활 인프라가 형성된 도심과 떨어져 있는 거리라고 해도 이렇게 분양 성적에 차이가 있는 것은 조정대상 지역 지정된 탓이 크다” 고 말했다.

[땅집고] 광양센트럴자이아파트와 더샵프리모성황. /전현희 기자


일부 단지는 시세 대비 분양가가 비싸 미분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분양이 발생한 ‘광양더샵프리모성황’은 8년 후 분양전환하는 임대아파트로 분양 전환시 내야하는 총액을 따져 봤을 때 주변 신축 아파트에 비해서도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양시 성황동 굿모닝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바로 옆 단지 센트럴자이 84㎡는 분양가에 웃돈을 합쳐도 3억4000만~3억6000만원 수준인데 더샵프리모성황은 분양전환할 경우 4억원 수준으로 훨씬 비싸다”며 “포스코건설도 옵션을 무상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미분양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양시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반면 더샵성황프리모 바로 옆 새 아파트인 센트럴자이는 더샵황성프리모 덕에 집값이 떨어지지도 않고 오히려 오르고 있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인근 지역에 비해 주거지로써 매력 떨어져…가격 회복에 시간 걸릴 듯

현지에서는 광양시가 조정대상지역 해제되더라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본다. 인근 지역인 여수·순천이 주거지로써 선호도가 높아 광양이 주택 수요가 많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에선 “여수에서 놀고 순천에 살고 광양에 일하러 간다” 말이 있다. 일자리가 광양에 있더라도 출퇴근이 가능한 여수·순천의 주거 인프라가 광양보다는 우수하다는 의미다. 광양 중마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광양에 직장을 두고, 여수·순천에 거주하는 인구가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광양시에선 도시개발사업으로 주택을 공급을 하고 있어 당분간 쉽게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양=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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